추수의 계절 가을입니다. 

여름 햇살 머금고 탐스럽게 열린 열매를 거두는 

농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합니다. 

추수의 시간은 농부의 수고가 결실로 드러나는 가장 빛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모든 열매가 바구니에 담기는 것은 아닙니다. 

가지에서 떨어져 땅에서 구르는 열매, 이른바 ‘낙과’(落果)가 있습니다. 

보기에도 흠이 있고, 모양과 빛깔도 좋지 않게 보이는 

낙과는 상품성이 없어서 대개 버려집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낙과도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낙과는 흙으로 스며들어 땅을 비옥하게 합니다. 

곤충과 새들의 양식이 됩니다. 

어떤 농부는 낙과를 모아 발효시켜 거름으로 쓰기도 합니다. 

한때는 버려진 것 같아도, 결국은 땅과 생명을 살리는 재료가 됩니다.

삶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잘 맺힌 열매 같은 시간이 있습니다. 

성공의 순간, 칭찬과 박수를 받은 순간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실패의 기억, 낙오한 경험,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시간조차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으십니다.

실패, 좌절, 절망의 시간도 하나님께서는 섭리 가운데 엮으셔서 

새로운 열매로 빚어내십니다. 

하나님 편에서는 결코 버려지는 것이 없습니다.

「빛과소금」 10월호는 ‘낙과’에 대한 묵상으로 채웠습니다. 

실패의 시간이, 좌절의 경험이 아름답게 사용되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을 조명했습니다.

하나님의 손길 안에서는 몸과 영혼을 일깨우는 소중한 자양분이 됩니다. 

낙과 같은 인생의 시간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