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산 너머로 지면서 하늘은 노오랗게 물들어간다. 

뻑뻑한 공기를 뚫고 은은한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덩, 덩, 덩. 황혼이 드리운 너른 들판에서 

감자를 캐던 남자와 여자가 일손을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아 쥔다. 

하루 노동은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깐의 멈춤. 

고개 숙인 남자와 여자는 하나님을 경외한다. 

밀레의 그림 〈만종〉을 보고 있으면 

조용히 기도하는 두 사람의 마음에 쟁쟁하게 울리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가만히 있으라.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세상의 시간이 빠르게,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사람들은 낙오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멈추지 못하고 있다. 

멈춤이 사치로 여겨지는 시대, 그러나 멈춤은 낭비가 아니다. 

멈춤은 주님을 향한 신뢰요, 예배다. 

하나님이 하나님 됨을 아는 시간이다. 

일상을 재정비하는 시간이다. 

〈만종〉 속 남자와 여자는 하나님 앞에 멈추었기에 

내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멈춰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멈춤의 용기가 필요한 시대, 여기 멈춤의 지혜를 소개한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대해서, 

멈췄더니 보이게 된 것, 멈췄더니 깨닫게 된 것에 대해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