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는 빼먹어도 묵상 그림은 확인한다는 독자들의 간증(?)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분들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매주 묵상 그림을 담당하시는 세 분의 작가님들을 소개합니다. 함께 만나 보시죠.
취재 | 한경진 기자 · 사진 | 김주경 기자
<매주 화요일> 사거리 휴게실의 그림묵상 - 이원상 작가
#사거리휴게실의_시작
이원상 작가는 국내에서 이름을 말하면 알 만한 무역회사와 철강회사를 거친 회사원 출신이다. 주일을 지키기 위해 그곳을 박차고 나올 때만 해도 그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손으로 선을 긋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핸드메이드 주보를 만드는 것이 그냥 재미있고 보람찼을 뿐이니까. 하지만 교회에서 하나 둘 그리던 그림이 어느새 돌고 돌아 입소문을 타고 교단 공과를 거쳐 sena에까지 실리고 있다. 그렇게 그림 작가 생활이 시작되었고, 어느새 경력 20년차 베테랑 작가가 되었다.
#사거리휴게실의_작업기
20년째 기독교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sena의 묵상 그림 작업은 그에게 늘 새로운 도전이자 훈련이다. 내용을 그대로 그려내는 삽화와 달리, 묵상 그림은 한 컷의 그림 안에 말씀의 모든 메시지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려야 할 성경 본문이 도착하면 몇 번이고 읽고 또 읽고, 몇 날 며칠을 묵상하고 고민하다 작은 아이디어를 주시면 그제야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 속 작은 일도 무심하게 넘길 수 없다. 목사님의 설교가, 교회 청년들과의 대화가, 어린 조카들의 반응들이 모두 묵상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저 역시 청소년 시기에 봤던 그림들에서 신앙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한 컷의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그림 묵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죠. 세상의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는 일인 만큼, 제 그림에서 저의 부족함보다 하나님의 변하지 않는 사랑이 나타났으면 해요.”
<매주 목요일> 손맛나는글씨 그림묵상 - 이단비 작가
#손맛캘리의_시작
어릴 때 언니 옆에서 그림을 따라 그리던 꼬맹이는 중학생 때부터 2cm 정도 되는 두께의 연습장을 일주일에 하나씩 갈아 치울 정도의 그림 덕후가 되었다. 선생님조차 “쟤가 나중에 뭘 할지 진짜 궁금해”라고 하실 정도로 하루 종일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그림 덕후. 그러던 고딩 시절, 친구들과 브이를 하고 찍은 사진이 나무늘보와 똑같아서 합성해서 장난치던 것이 어느 날부터 그녀의 전용 캐릭터가 되었고, 지금은 손맛캘리의 시그니처로 재탄생했다. “감자다”, “고구마다”, “두더지다” 여러 말이 많았지만, 손맛캘리의 캐릭터는 책상에 착 달라붙어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던 고딩 이단비의 자화상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손맛캘리_성장기
손맛캘리의 무기는 ‘솔직함’이다. 하루 일과는 물론 QT메모, 설교노트, 심지어 낙서까지 모조리 공개하는 손맛캘리의 솔직함 때문에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인기 계정을 넘어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물론 사소한 일기까지 공유하다 보니 흑역사가 되기도 하고 예상 못한 훈수를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매일이 하나님 안에서 성장해 가는 하루하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인스타그램 초창기의 그림들을 찾아보곤 한다. 단순하고 어설펐던 시절의 자신을, 하나님 안에서 성장한 자신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신앙의 슬럼프에서 힘겨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요. 제 연약한 영적 상태가 그림에 나타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그 그림을 보며 어떤 분이 힘을 얻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셨지 뭐예요. 하나님은 그런 분이세요. 제가 어떠하든 저를 통해 일하시는 분, 저에게 정말 관심이 많으신 친구 같은 분이요.
그런 하나님을 그리고 싶어요.”
<매주 금요일> 젠틀위스퍼 그림묵상 - 최세미 작가
#젠틀위스퍼의_시작
최세미 작가는 아랍어를 전공했다. 그림을 따로 배우지도 않았다. 단지 취미로나마 그림을 그리며 사는 것이 꿈이었을 뿐이다. 그것을 아는 한 친구가 “그림 그려서 SNS에 올리면 어때?”라고 한 제안에, 딱히 그릴 주제도 없고 일상이라면 하나님 이야기밖에 없어서 그렇게 시작한 것이 ‘젠틀위스퍼’이다. 남편과 카페에 앉아 수십 개를 그리고 그려 완성한 예수님 캐릭터는 단발머리의 작은 얼굴에 비해 유난히 어깨가 넓다. 사람이지만 하나님이신 분, 다정하시지만 위엄 있는 분의 모습을 작은 얼굴과 큰 어깨에 모두 담은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의도가 1도 포함되지 않은,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그림체이다.
#젠틀위스퍼에게_숫자란
처음에는 ‘좋아요’가 눌리고 댓글이 한두 개만 달려도 신기하기만 했던 SNS 계정에 지금은 ‘3.5만’이라는 팔로워 수가 새겨졌지만, 그만큼 유혹이 많아짐을 느낀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러 온 줄 착각하고 하나님보다 자기를 드러내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이 계정을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라고 의식적으로 고백한다. sena의 묵상 그림 작업도 마찬가지. “하나님, 저는 정말 배운 것도 없고 실력도 없어요. 제가 개떡같이(?) 그려도 하나님이 일하셔야 해요. 안 그럼 정말 아무것도 못해요”라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맡긴 결과물들이다.
“땅에 떨어지는 기도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하나님 그림 그리고 싶어요.’, ‘피아노 반주하고 싶어요’라고 했던 기도를 결국에는 응답해 주셨거든요. 물론 미술도 피아노도 전공하지 않아서 언제나 자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서 하나님을 더 붙들게 하시는 것 같아요. 늘 겸손히 하나님을 붙들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 저를 써 주시는 하나님이 참 놀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