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과 실력이 우선인 냉혹한 승부의 세계, 그 속에도 빛과 소금이 되는 하나님의 사람이 있다. SK와이번즈의 힐만 감독. 감독으로서 그는 채찍질이 아닌 사랑과 격려로 선수들을 가르치며 치열한 프로 세계에서도 사랑이 모든 것의 우선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리고 야구장 바깥에서는 늘 한 사람의 선한 이웃으로서 사랑을 나누어 주며 수많은 미담을 남겼다. 그가 보여주는 사랑,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스포츠 선교단체인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의 도움으로 힐만 감독을 만나 이야기 나눠보았다.
글│한경진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SK와이번스
* 크리스천 문화매거진 <빛과소금>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짧은 한국 생활을 이제 정리하시는데요. 신앙적으로 한국은 감독님께 어떤 곳이었나요?
한국 생활은 정말 좋았어요. 집에 있을 때에는 아내와 창문 발코니에 앉아서 같이 기도하고 QT한 뒤에 커피 한잔 마시고 하는 시간을 하루에 두 번씩 가졌는데요. 좋은 경치를 보며 나누는 그 시간들이 참 행복했어요. 물론 고향에서의 익숙하고 편안한 생활이 항상 그립기는 했지만, 해외에서 감독생활을 하다 보면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벗어나 있을 때 더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영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걸 느껴요.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 감독님에 대한 좋은 평판들이 많은데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나 어린아이들에게 끼친 선행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인격적이고 진심 어린 감독님으로 유명했어요.
제가 ‘뉴욕 양키스’에서 처음 코치를 시작했을 때의 나이가 27살이었어요. 마이너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코치였죠. 젊은 나이에 코치가 되다 보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장할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위치에서 저의 말 한마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수에게 바로 영향을 끼치는 걸 보면서 혀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걸 배웠죠. 그렇지만 말을 통제한다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자 어려움이어서,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야고보서 말씀을 찾아 읽었어요.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약 1:26)는 말씀처럼 자기 혀를 통제하는 건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선수들을 대할 때 특히 조심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분별력’이라는 단어가 있지요? 항상 분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품어주는 사랑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엄한 사랑이 필요해요. 코치는 이 두 가지를 잘 캐치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점에서 저는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올바르게 사랑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방법이 서로 달라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서로 다른 개념과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감독하면서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2012년 제가 ‘LA 다저스’ 팀에서 일하던 시절에 ‘LA 다저스 팀 발런티어데이(Volunteer Day)’ 때 21살의 젊은 여성 분이 간증하는 것을 들었어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사랑할 때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설정해놓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 상황과 모습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라고요.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 모두 부족한 것 같아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네가 올바르게 행동하질 않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넌 솔직히 이렇게 해야 돼’라는 식으로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들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야 사랑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은 사랑이 아니에요. 저도 이 부분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저 역시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고, 온전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에 대해 실망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을 느낄 때 항상 제 스스로 머리를 때리며 이렇게 말하곤 해요. “야! 이게 지금 하나님께서 그를 두신 상황이잖아. 그냥 사랑하고 사랑하자!”라고요.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역할은 성령님에게 주목하고 성령님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살찌우며 늘 기도해야 하는 것뿐이죠. 이것은 저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달란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달란트는 모두에게 있죠.
감독님께서 착용하신 팔찌도 그런 의미를 담아 만드신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 어떤 목적으로 제작하게 되셨나요?
고린도전서 13잘 13절 말씀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씀 중 하나예요. 믿음도, 소망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좋은 의미의 단어이지만,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는 말씀이 참 감사하게 느껴져요. 이 말씀을 담아서 팔찌로 만든 건 저와 아내가 생각했던 미션 중 하나예요.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제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이미지가 있었어요. 예수님의 얼굴이 팔찌 중앙에 있었으면 했고, 색깔 또한 사람들 눈에 잘 띄었으면 했어요. 감사하게도 한국의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 미국에서 시작된 스포츠 선교 단체)의 간사 분께서 도와주셔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색이면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색으로 잘 만들어졌어요. 지금은 정말 많은 사람이 이 팔찌를 착용하고 있어요. 경기 중에 팔찌를 차고 경기하는 선수들도 있고, 배트걸, 좌석 안내원, 보안 경비원, 그리고 팬들도 팔찌를 차고 있는데 제 눈으로 보게 될 때마다 참 좋아요. 팔찌를 제작하고 나눠주는 일들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스포츠 팀 감독으로서 항상 승리를 목표로 하실 텐데요. 성공과 성과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세상에서 크리스천이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 역시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경쟁 자체를 즐겨요. 팀의 승패에 대한 중압감도 느끼고요. 하지만 승리하는 것 자체가 제 목적은 아니에요. 팀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제게 주어진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느냐 하는 것이죠. 하나님은 우리의 승패보다 우리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두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천이라면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하죠. 제가 경기 때마다 항상 가지고 있는 카드가 있어요. 거기에 제가 기억해야 할 10가지를 적어두었는데요. 그 카드 정중앙에 다른 색으로 ‘내가 하는 모든 행실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Honor God with everything I say and do)’라고 적었어요. 저 역시 죄인이고 늘 실수하기 때문에 이것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크리스천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야구를 하면서 이것만큼 인생을 잘 비유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매일이 새로운 경기이지만, 매일 치룬 그 경기를 기억하면서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배울 것은 배우면서 성장해 가야 하죠. 그러면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마찬가지로 우리는 죄인이고 많은 실수를 하지만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죄를 회개했을 때 용서해 주세요.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시죠. 우리 모두가 실수하고 패하더라도 이전의 실수에서 배우고 성장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한결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