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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티 기자, 열혈팬 되다
트롯CCM 구자억 목사 | 2014년 10월호
  • 구자억 목사님을 알게 된 건 <트로트X>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였다. 평소 조신(?)한 성격인 기자는 뽕끼발랄한 목사님의 무대에 쇼크를 받고는 조용한 안티가 되었다. 그러다 얻게 된 인터뷰 기회! 실체를 파고자 달려갔으나… 그곳에서 내가 본 건 ‘현빈’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출구 없는 열혈팬이 되었다.

    취재 | 김용미 기자 • 사진 | 한치문 기자

     

    TV는 트로트를 싣고

    사실 저는 트로트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고 트로트 신동도 아녔어요. 다만 어릴 때부터 끼가 좀 다분했죠. 어머니가 저를 시장에 데리고 나가면 항상 잃어버리셨는데 찾아보면 리어카 앞에서 찾으셨대요. 옛날(?)에는 리어카에 테이프를 꽂아 놓고 팔면서 최신가요를 틀어놨거든요. 그럼 그 앞에서 저는 혼자 신나게 춤을 추고 있고 사람들은 저를 구경했죠. 그러면 어머니는 창피해하면서 저를 집까지 질질 끌고 가셨대요. 그런 제가 트로트 세계로 입문하게 된 사건이 있었어요. 한번은 저희 부모님께서 부부싸움을 하셨는데, 한창 우시던 어머니가 안방에 들어가셔서는 자지러지게 웃으시는 거예요. ‘아니 싸우다가 왜 갑자기 웃으시지?’ 하면서 빼꼼히 방 안을 들여다봤는데, TV에서 어떤 사람이 공연하는 걸 보고 계시더라고요. ‘저 분은 대체 누구길래 우리 어머니를 웃게 만들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가수 ‘나훈아’씨라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어머니가 기분이 좀 울적하다 싶으면 달려가서 나훈아 씨 흉내를 내곤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레 트로트라는 걸 접하게 된 거죠. 

     

    처음 무대의 희열을 맛보다

    저는 학생 때도 진로에 대해서 별로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친할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당연히 ‘목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머니 말로는 제가 입을 떼는 순간부터 그랬대요, 목사님이 될 거라고. 결국 당연하게 신학대학교에 입학했죠.

    신학대학교에 들어가서는 기타 치는 걸로 유명했어요. ‘구자억’하면 ‘기타 치는 애’라는 게 거의 공식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축제가 열렸는데, 축제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면 상금이 5만원이라는 거예요. 당시에 5만원이면 치킨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엄청난 돈인데 말이에요. 그걸 본 기숙사 룸메이트에게 등 떠밀려 나간 게 제 첫 무대였죠. 그때 한창 이덕진이라는 가수의 ‘내가 아는 한 가지’라는 노래가 인기여서 ‘내가 믿는 한 가지’로 개사를 해서 불렀는데, 소위 대박이 난 거예요. 사실 그 전까지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건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그때 알았어요. ‘아, 나는 무대에 서야 되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요. 제가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샤워하다 캐스팅 된 사연

    축제의 여파로 저는 본격적인 보컬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때가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한 달에 40만원을 벌 때였는데, 과감하게 반 정도를 학원 레슨비로 썼죠. 그때만 해도 ‘찬양사역자’가 별로 없었지만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미리 준비하며 기회를 엿보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보컬 선생님이 내주시는 과제는 죄다 가요더라고요. 목회자로서 찬양을 하겠다고 노래를 배우는 건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때부터 대중가요 노래 가사들을 개사해서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게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신앙고백이었어요. ‘내 노래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만 쓰고 싶다’라는.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숙사에서 샤워를 하면서 개사한 노래를 필충만하게 부르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씻으시던 분이 제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드신다며 저를 교회에 초청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원래 다른 찬양사역자가 오기로 되어있던 자리에 펑크가 나서 급하게 제가 대타로 뛰게 된 거죠. 전문적으로 찬양 사역을 해 본 적도 없고, 그냥 노래만 배우고 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샤워하다가 캐스팅이 되다니! 그게 저의 첫 사역이었어요. 

     

    아따! 나도 한 번 흔들어봤으면,

    첫 사역 이후로 저는 갑자기 ‘집회 전문 강사’로 바빠지게 됐어요. “친구초청잔치는 구전도사를 불러라”라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니까요. 그날도 ‘친구초청잔치’로 청소년 집회에 갔던 날이었어요. 청소년들과 신나게 뛰고 하면서 학생들이 완전 난리가 났죠. 그러고는 무대를 빠져나오는데, 집사님 권사님들이 모여 계신 쪽에서 갑자기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나도 저렇게 신나게 흔들면서 찬양해봤으면 좋겠다!” 되게 작은 소리였는데 신기하게도 그 시끄러운 상황에서 그 소리만은 정확히 들리더라고요. 그 말이 제 마음에 꽂힌 거죠. 그러고 돌아보니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기독교 문화는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교회를 위해 지금껏 헌신하고 고생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는 기껏해야 ‘여선교회, 바자회’ 정도더라고요. 그래서 떠오른 게 바로 저희 어머니를 웃게 만들었던 ‘트로트’였어요. 그때 내가 첫 음반을 낸다면 꼭 트로트 음반을 내겠다고 다짐했죠.

     

    더 낮고, 더 험한 곳으로

    ‘트로트 찬양’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2009년 10월, 자비로 만든 1집 음반이 나오고, 기적처럼 집회에 설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춤추고 찬양하면서 진짜 너무 좋아들 하시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어르신들을 위한 기독교 문화사역에 나를 도구로 써 주신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했죠. 그렇게 ‘구전도사’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찬양 사역을 여기저기서 해 오고 있었는데, 작년에 목사 안수를 받게 되면서 이 사역을 그만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목사 안수를 집례하신 목사님께서 “이제 진짜 주의 종이 됐으니 더 낮은 곳, 더 험한 곳으로 가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제가 사역 했던 순간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사실, 하기 싫은 마음도, 하기 싫은 자리도 있었거든요. 트로트 찬양에 대한 편견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었고, 초청받은 자리가 때로는 장터, 마을회관, 비닐하우스, 또 어떤 때는 관광버스 안일 때도 있고…. 그러다보니 찬양을 모르는 분들 앞에서는 그냥 뽕짝 가수일 뿐이었죠. 목사가 돼서까지 이런 대우를 받으면 안되겠다 싶어 그만두려 한 거였는데, 꼼짝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고는 결국엔 M.net에서 열린 <트로트 X>에까지 출연하게 되었죠.

     

    트로트는 나의 힘!

    제가 청소년 집회에 가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꿈을 가져라! 비전을 가져라! 세상에 거침없이 도전하라!” 그런데 정작 찬양사역자 3년차가 된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는 그렇지 않은 거예요.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저를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저와 함께 동역하던 형제가 <트로트 X> 홍보 영상을 보여줬어요. 그 순간 딱 드는 생각이, ‘다음 세대에게 말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뭔가 한 번 보여주자’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오디션에서 덜컥 3위까지 올라가 버렸죠. 물론 방송이 나간 이후에 안티(?)도 생겼지만, 오랫동안 교회에 안 나갔던 분이 제 찬양을 듣고 “하나님이 부르시는 거 같아 눈물이 났다”고 하실 때는 정말이지 감동이었어요.

     

    레알 목사, 구자억

    트로트의 매력 중에 하나가 바로 나이들수록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 사역을 하겠지만, 이젠 문화사역도 함께 해 나가려고 해요. 기독교 문화사역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다음 세대들에게 저는 계속 도전장을 내밀고 싶어요. “나 이번에 이렇게까지 해봤거든, 너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래?” 이런 도전들이 계속 오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70세 노인이 되어서도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 집회 때 했던 말들, sns에 적었던 글들에 부끄럽지 않은 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구자억 목사’하면, “아, 저 사람 뽕짝을 부르긴 하지만, 진짜 목사다운 목사지”라고 불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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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조수정  2016-08-06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구자억목사님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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