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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 이상 동네 청년들이 아닌, 동네 청년들 이야기
네이브로 | 2014년 02월호
  •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슈퍼스타 K(이하, 슈스케)’. 다섯 번째 경연이 펼쳐졌던 지난 시즌5에서 남다른 포스를 가진 그룹이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은 바로 ‘네이브로’. 예선전에서 노래 가사로 그룹 리더의 전화번호를 누설하는 ‘용기’를 발휘하며 등장했던 그들은 ‘오르막길’이라는 노래로 포텐을 터뜨리며 Top 10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심사위원이 이미 마음으로 정했던 ‘탈락’이라는 결과를 바꾸어버릴 정도로 무서운 가창력과 진정성을 보였던 네 명의 청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졌다.

    취재 / 한경진 기자·사진 / 한치문 기자

     

    #1. 네이브로 뭉치다

    네이브로의 슬로건은 이렇다. ‘노래하는 동네 청년’. 그런데 어떤 동네에 이렇게 훈훈한데다가 노래까지 수준급인 청년들이 있다는 건지……. (적어도 기자가 사는 동네에는 없는 듯) 아무튼 흔한 동네 청년이기보다는 무언가 특별해 보이는 이 청년들의 시작은 이렇다. 

    승현 : 원보랑 저는 군대에서 선후임 관계였어요. 군대에 있는 교회에서 반주랑 성가대 지휘를 했죠. 그래서 원래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저희 넷은 ‘해리티지 매스콰이어’라는 사역단체에서 만났어요. 해리티지 매스콰이어에서는 연말에 학예회식으로 발표회를 하는데요. 워낙 재주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웬만한 것 가지고는 튀지도 않아요. 그래서 “그럼 우리는 남자 넷이서 ‘보이즈 투 맨’ 컨셉으로 승부해 보자”고 해서 처음으로 저희 넷이 뭉쳤죠. 그 연말 무대 한 번을 위해서요.

    수용 : 솔직히 그때 무대는 진짜 형편없었어요. 팀 이름도 진짜 웃겨요. ‘Man of HMC’. HMC가 해리티지 매스콰이어의 줄임말인데, 이 콰이어를 모르는 사람은 해석을 할래야 할 수도 없죠. 아무튼 그게 계기가 돼서 팀을 만들었는데 각자 처음에는 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나중에 서로 친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찬양을 4성부로 나눠서 불러보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면서 레파토리가 쌓이게 됐죠. 

    승현 : 그래도 음악하는 사람들이 ‘홍대’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저희도 언젠가 홍대에서 버스킹을 해보고 싶고 그랬어요. 크리스천으로서 ‘홍대 한 복판에서 예수님을 외치다’ 뭐 이런 거국적인 생각이었죠. 그런데 감사하게도 진짜 홍대에서 공연할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2011년 12월이었는데요. 저희가 멘토로 삼고 있는 목사님께서 홍대에서 사역을 하시는데,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한 길거리 버스킹에 저희를 초대하셔서 참석하게 됐죠. 

    교범 : 그게 저희들의 첫 버스킹이었는데요. 길에 지나다니던 사람들 중에 꽤 많은 분들이 저희 공연을 보려고 멈춰 서 계셨어요. 그런데 그때 수용이가 갑자기 복음을 전하더라고요. 그런 시간을 따로 준비한 것도 아니었는데도요.

    원보 : 그날 저희가 공연을 제대로 준비한 게 아닌데 버스킹을 하게 돼서 저는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이 됐었어요.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엄청 좋더라고요. 지금 버스킹을 해도 그 정도 반응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요. 바로 그런 순간에 수용이가 갑자기 복음을 전한 거죠. 속으로는 ‘아, 하필 지금?’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안 떠나고 얘기를 들으시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우리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음악을 한다면, 그 음악과 더불어 복음을 전해도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겠구나... 하고요. 

    수용 : 지금 생각해보면, 복음을 얘기하면서 저희 네이브로의 첫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게 되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2. ‘광흥창 아지트’ 월세 때문에 유지되는 그룹(?)

    처음에는 단순한 동아리 모임에 불과했던 네이브로가 일주일에 한 번씩 버스킹을 하고 신곡까지 발매할 정도로 이어지고 있는 원동력은 뭘까? 멤버들은 그 원동력인 ‘광흥창 아지트’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름 아닌, 광흥창 아지트의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원보 : 저는 작곡가가 꿈이었는데요. 막상 학교를 졸업하니까 할 수 있는 게 없고, 돈도 없어서 레슨을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교회 초등부실을 빌려서 하다가 조금 눈치가 보여서 2평 짜리 연습실을 하나 잡았는데요. 거기가 네이브로의 첫 연습실이었죠. 그런데 머릿속에는 좀 더 분위기도 좋은 연습실이 있었으면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무작정 발품을 팔아서 돌아다니다가 이 아지트를 구했죠. 제가 직사각형을 진짜 싫어하는데요. 여기는 뭔가 각이 이상해요. 거기에 확 꽂혀서 바로 2년을 계약하기로 했죠.

    수용 : 그때 원보 형이 예쁜 연습실을 잡았다면서 보증금은 500이니까 125만원씩 내면 되고, 월세 70만원은 축가도 하고 모자라면 조금씩 걷어내면 되겠다고 해서 처음엔 다들 쉽게 생각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축가를 해서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게... 축가가 매주 있는 것도 아니고....

    승현 : 만약 뭘 좀 아는 지금 같으면 100% 안 했을 거예요(하하). 

    교범 : 그래도 당시에 원보는 버클리 음대에 합격하고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다가 그걸 내려놓은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 열심히 음악을 하면서 많은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저희들도 같은 생각이었구요. 그래서 저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이 공간을 하나씩 꾸며나가기 시작했죠.

    승현 : 공연 한 번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중고 에어컨을 사고, 또 공연을 해서 책상도 맞추고 하면서요. 사실 요즘에는 많은 교회들이 이런 문화 공간 같은 것에 신경을 쓰긴 하지만 교회라는 곳 자체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문턱이 높잖아요. 그래서 이런 아지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어차피 우리가 매번 월세를 내며 쓰는 공간이니까, 여기서 우리처럼 꿈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꿈을 공유하고 비전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어쿠스틱 나이트’라는 공연시리즈도 바로 그런 활동들이죠. 

     

    #3. 슈퍼스타 K5, 그리고 단기 선교

    드디어 네이브로가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바로 <슈퍼스타 K5>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치열한 예선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호기롭게 단기선교 스케줄까지 완벽 소화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있었던 걸까?

    승현 : 사실 저희가 전 시즌 때에 나가려고 했었는데요. 해리티지 콰이어의 3집 앨범 녹음날과 예선 날짜가 겹쳐서 포기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단기선교 날짜와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일단 지원을 하고, 방송국에서 요구하는 날이 선교 날과 겹치면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3차 예선까지 붙고, 제주도로 넘어가서 예선을 치러야 할 날짜 사이에 한 달 정도 여유가 생겼는데, 그 날짜가 딱 단기 선교 날짜인 거예요. 그래서 모든 참가자들이 제주도 미션을 준비하는 동안 저와 수용이는 단기선교를 다녀왔죠.

    수용 : 저도 선교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어서 애초에 예선 날짜가 겹치면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선교 날짜에만 스케줄이 비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저희처럼 정말 제작진에게 협조를 안 해준 팀도 없을 거예요. 뭐만 하면 “저희 선교 때문에 안 돼요”, “이때는 안 돼요” 하면서 으름장을 막 놓고 그랬거든요(웃음). 

    원보 : 저는 반대로 선교를 안 갔어요. 전체 팀장이었는데 출국하기 이틀 전에 모두 내려놨죠. 하나님이 내려놓으라는 마음을 주셔서요. 사실 제가 선교지에 갈 때마다 전체 총괄을 할 정도로 준비도 잘 하고, 차질 없이 일도 잘 해왔거든요. 그래서 은연중에 ‘제가 없으면 선교팀이 돌아가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런 생각이 교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셨죠. 목사님을 통해서 “네가 가지 않아도 선교 잘 하고 올 거다”라고 얘기해주셔서 이번에는 겸손하게 내려놓는 훈련을 받게 됐어요. 모아놨던 선교비도 제가 가려던 미얀마로 보내지 않고 수용이와 승현이에게 보태줬죠.

    승현 : 그때 원보가 선교비와 함께 준 편지가 아직도 제 방에 붙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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