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닉 부이치치가 던졌던 희망의 메시지
지난 2010년, 닉 부이치치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을 때, 그 영향력은 한 동안 가실 줄을 몰랐다. 단지 팔다리 없는 장애가 흔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 장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태도가 온몸이 건강한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팔다리가 없어도 서핑에 도전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1분에 43단어를 타이핑 하고, 드럼을 연주하고…. 남들은 어렵지 않게 하는 이런 일상적인 일도 닉 부이치치에게는 도전해야 경험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그가 누리지 못하고 하지 못한 것은 없다.
물론 그에게도 좌절하던 순간, 한없이 약해지던 순간이 있었다.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발버둥 치던 소년 시절에는 어리석게도 자기만큼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껴안고 사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모든 판단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어린아이의 수준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엄청난 목적을 두고 그를 지으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난 후 하루하루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러운 방식으로 그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매일 살아 숨 쉬는 신앙의 힘을 느끼고, 또 그것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6월, 닉 부이치치는 단순한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아닌, 한층 성숙해지고 깊어진 메시지를 들고 다시 한국의 청소년들을 찾아왔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 같은 사람도 가정을 가질 수 있을까?
어린 시절, 그는 자신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손을 잡지도 안아 주지도 못하는 남자를 사랑해줄 여성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물론 하나님마저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바꾸게 만든 것은 바로 ‘요한복음 9장 말씀’이었다. 시력을 잃은 장애인을 고쳐 주시며 “이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드러내시기 위함”이라고 하신 말씀처럼 자신도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의해 보내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전과 달라졌다.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나도 피하지 않았고 점심시간에도 혼자 있거나 눈치를 보는 대신 아이들과 어울렸다. 껍질을 깨고 자신을 드러내자 사람들과의 관계가 시작되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용납하고 또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가정’에 대한 소망이 있지만 현실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어긋나는 일을 겪으며 그의 안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가 “하나님께서 내가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성숙하기까지 기다리신” 기간이었다고 고백한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대신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하나님은 끝까지 기다리게 하셨다가 그분의 때에 특별한 선물을 허락하신 것이다. 그 선물은 바로 성숙하고 신실하며 아름다운 아내 ‘카나에’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2012년 5월, 하나님은 기적같은 또 하나의 선물인 닉 부이치치 주니어, ‘키요시’를 허락하셨다.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의심하고 좌절했었던 한 남자는 그렇게 어엿한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여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더욱 성숙해져 있었다. 아이 아빠가 되었기 때문일까? 부모가 되어 봐야 세상을 안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알고 보니 한국을 다녀간 후 그는 하나님의 낮추시는 훈련, 이름하야 ‘고난의 트레이닝’을 톡톡히 받았다고. 그 고난은 그가 운영하는 재단이 빚더미에 올라서게 되는 사건으로 찾아왔다. 복음을 전하는 목표를 이루려는 열심이 지나쳐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다. 모두가 하나님의 시간표 대신 닉 부이치치라는 고집쟁이의 계획에 맞춰서 일을 진행한 탓이었다. 이 고난을 겪으며 그는 낮아지고 겸손해지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하나님은 겸손하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닉, 주님을 바라보고 의지할 줄 아는 닉을 만들고 계셨다.
그는 얼마 전 이런 뼈아픈 경험을 비롯해 그에게 허락하신 아내와 가정 이야기, 또 그를 비롯해 다양한 시험과 난관을 견뎌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똑같은 난관에 부딪쳐 발버둥치는 이들이 허다하다는 사실과,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 메시지는 한국의 청소년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결같이 선포되었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여러분을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여러분이 하나님을 신뢰하기 바라십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이 손수 만드셨어요. 제품이 불완전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창조주는 그렇게 보지 않으세요. 이제 여러분의 믿음을 발휘해 보세요. 믿음이 없으면 사랑할 수 없고 꿈꿀 수 없고 이 땅의 중력을 거스를 수 없어요. 시선을 하나님께 맞추고 믿음의 날개를 달아 보세요. 그러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절망’에 대한 참고서로 자신의 삶을 보여주며 그가 외치는 간절한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