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시사매거진2580>으로 은총이네 가족을 처음 만났다. 평범하지 않게 태어난 아들의 아빠가 난치병을 앓는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혼자서도 하기 힘들다는 철인3종 경기를 아픈 아들까지 데리고 도전하다니... 그런데 그 쉽지 않은 도전은 결국 성공했다. 파이널 라인에 들어서는 순간 아들은 아버지를 보며 밝게 웃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그들 가족에게 예수님이 부어주신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리/ 안은광 기자·사진 제공/ 홍성사
희귀난치병 3개와 6개의 불치병을 안고 태어난 은총이
2003년 가을, 은총이의 탄생은 은총이 아빠(박지훈 씨)에게 큰 터닝 포인트였다. 평범한 삶을 꾸리는 것이 꿈이었던 그였지만, 은총이의 모습은 그리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총이는 얼굴과 온몸이 검붉은 혈관종으로 뒤덮인 채로 태어났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병 때문이었다. 얼굴에 검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경기를 동반하며 뇌가 서서히 돌처럼 굳어가는 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리 한쪽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며 길어지는 희귀병인 ‘클리페-트레노우네이 베버 증후군’과 ‘오타 모반 증후군’까지. 여러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난 은총이는 당시 1년 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은총이는 날마다 고통으로 아파했고 은총이의 아빠와 엄마는 매 순간을 가슴 졸여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길 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하나님을 원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은총이의 부모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의사 선생님조차 포기한 은총이를 하나님께서는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고 같이 아파하시며 살리신다는 믿음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은총 엄마를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은총 아빠를 구원하기 위해서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하나님이 이 땅에
큰 열매를 맺기 위해 은총이를 맡길 가정을 찾다가 우리에게 맡기신 거라고요.”
“정말 예쁘다. 우리 아들, 붉은 천사”
은총이는 생후 3개월부터 심한 경기와 발작을 일으켰다. 결국 좌뇌 절제 수술을 받았고, 얼굴은 여전히 붉었다. 또 녹내장으로 한쪽 눈은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말도 할 수 없고 걸음걸이도 불편했다. 주변에서는 은총이를 포기하라고, 입양시키라고 말했지만, 은총이의 부모님은 그런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정말 예쁘다. 우리 아들, 붉은 천사”라며 더욱 사랑해 주었다. 아빠는 수술과 치료로 직장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되었지만 혹여 상심하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은총이가 닮을까 봐 밝게 웃으며 믿음과 긍정으로 재활치료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은총이가 기적처럼 일어났다. 걸을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은총이가 한 발 한 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뎠고, 어린이집을 마치고 특수학교에도 입학했다. 이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목을 가누고 기고 서고 걷는 자연스럽고 특별할 것 없는 과정을 모두 사랑과 감사로 받아들인 은총이 부모님에게 하나님이 주신 기적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찬양 가사입니다.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
감사한 일이 생겨서 감사하는 건 아닙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기에
감사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 어제도 감사, 오늘도 내일도 감사합니다.
은총이와 함께한 아빠의 철인3종경기
은총이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후부터 은총이의 아빠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생겼다. 바로 은총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은총이 아빠는 아들을 데리고 철인3종 경기에 도전했다. 자전거를 탈 때는 트레일러를 매달아 은총이를 태웠고, 수영을 할 때는 작은 고무보트를 끈으로 연결해 은총이와 함께 물살을 갈랐고, 마라톤을 할 때는 휠체어에 앉힌 은총이를 밀면서 달린 것이다. ‘무조건 빨리 끝내서 은총이를 쉬게 해야 한다’, ‘못난 아빠를 만나 괜한 고생을 시키는 것 같다’며 달리는 내내 이 생각 저 생각에 휩싸였지만, 아들이 헤쳐가야 할 힘들고 어려운 인생살이를 아버지의 사랑으로 덮어 주고자 했던 마음은 끝내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해 내는 것으로 열매를 맺었다.
4시간 20여 분. 은총이와 은총 아빠만 둘이 갈 수 있게 모두 뒤로 물러나 준 철인들의 배려를 받으며 은총이는 엄마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골인 지점으로 들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서울 구경하다가 졸은 은총이가 제 앞에서 먼저 골인했습니다. 웬만해선 잘 울지 않던 은총 엄마가 울면서 은총이에게 달려와 사랑하는 아들을 안아 주었습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부자의 발이 되고 심장이 되어 주신 나의 하나님! 무사완주를 감사드립니다. 너무너무 애쓰셨습니다!”
제 직업은‘은총이 아빠’입니다
은총이 아빠는 고백한다. “제 직업은 하나님께서 세워 주신 너무나도 좋고 멋진 ‘은총 아빠’입니다.”라고. 그 견고한 사랑 때문일까. 1년도 채 못살 거라던 은총이는 이제 열 살이 되었고, 지금도 밝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은총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으로 들어가 보통의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배우고 있다. 제법 컴퓨터를 잘 다루어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서 보고 싶은 만화 동영상을 검색해서 찾아보기까지 한다. 또 아빠와 엄마에게 스마트폰 사용법까지 가르쳐 준다.
비록 아프게 태어나면서 전쟁터 같은 생활을 경험하게 한 아이지만, 은총이는 이들 부부가 인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고귀한 선물이며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게 한 천사이자, ‘하나님이 정답’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한 멋진 녀석이다.
“어려울 때는 제 등 뒤에 날개가 있는지 몰랐어요. 벼랑 쪽으로만 가는 것 같아 원망을 했죠. 그런데 떨어지고 나니까 그때야 제 어깻죽지에 멋진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와 은총 엄마는 은총이의 멋진 날개가 되어 주고 싶고, 또 나중에 은총이에게 그런 날개를 달아 주고 싶어요. … 하나님이 주신 천사, 아빠의 아들 박은총! 진짜 사랑을 가르쳐 준 아들아!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멋지고 행복한 모습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주님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길 아빠가 늘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