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교수’, ‘곤잘레스’, ‘생활의 발견의 ‘자기’(^^;)’. 개그맨 송준근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캐릭터들이다. 색깔이 강한 캐릭터는 물론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정극에 이르기까지 폭풍 연기력과 폭풍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그를 sena casting에서 만나보았다. 아마도 그의 인터뷰가 실린 sena가 발행됐을 때는 뮤지컬 연기자로도 데뷔해 있을 것 같다. 알고보니 다재다능한 그의 개그 끼와 연기력은 교회에서부터 갈고 닦은 것이라고.
취재/ 한경진 기자·사진/ 한치문 기자
"저는 원래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는 내성적인 아이여서 개그맨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저 모태신앙이라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성가대나 찬양팀 활동을 열심히 했을뿐이었죠. 그러다 중등부 여름 수련회 때,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확실히 경험하게 됐어요. 갑자기 가슴에 불이 있는 것처럼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정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 때부터 성격도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내성적이었던 제가 사람들 앞에 서는 즐거움이 뭔지 알게 됐고, 또 제 안에 잠재된 끼도 발견하게 됐고요. 그 후로는 거의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성극 같은 걸 한다고 하면 빠지지 않았죠.
고등학교도 미션스쿨을 다녔어요. 그래서 아침 때마다 기도회에 참여해 기도할 수 있었고, 밤에는 공부하기 전에 왠지 성경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한 장씩 꾸준히 읽었죠. 자습이 끝나면 또 기도하고요. 참 좋은 환경을 허락해 주셔서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데 넌 뭐야!”
제가 다니던 교회에는 개그팀이 있었어요. ‘드림팀’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영어 단어 ‘Dream’이 아니라 하나님께 드린다는 의미의 ‘드림’이죠. 교회에서 웃기기로 소문난 친구들과 함께 넷이서 팀을 만들었는데요. 교회에 개그팀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도 재미있죠?
넷이서 ‘우리의 재능을 하나님께 드리자’는 뜻으로 모여서 아이디어도 내고 뮤직비디오나 수련회 홍보 영상도 찍고, 성경을 패러디해서 극으로 만들기도 했죠. 솔직히 그때는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그냥 활동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드렁큰타이거’의 ‘난 널 원해’라는 곡을 개사해서 ‘난 주 원해’라고 바꾸기도 하고 수련회에 가서 저희가 짠 꽁트도 선보이고 하면서요. 지금 생각하면 엄청 유치하지만요.(하하)
"무슨 개그맨이야. 그런 건 너 같은 사람이나 하는 거지”
고등학교 3학년 때, 제 짝꿍이 지금 개그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상무 씨였어요. 그 친구를 만나면서 남들을 웃기는 거에 대한 즐거움이 뭔지를 알게 됐죠. 제가 개그맨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 친구의 권유 덕분이었어요. 군대에 다녀와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개그맨을 해 보라고 권하더라고요. 마침 저도 교회나 동아리 활동(대학 CCC에서 드라마팀 활동을 했다고)을 하면서 무대에 선 경험을 살려 ‘연기’를 해 볼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개그맨은 생각해 보지 않아서 처음 권유를 받았을 때는 “그런 건 너 같은 사람이나 하는 거지. 내가 무슨”이라고 말했었어요. 그런데 왠지 도전해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죠.
사실 저는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고, 다른 준비생들처럼 극단에 들어가서 소극장 공연을 하며 기본기를 다지지도 못했죠. 그런데 돌아보니 저에게는 교회에서 성극을 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시나리오도 쓰고, 꽁트도 짜고 했던 경험들이 있더라고요. 아마도 그 기간이 하나님의 트레이닝 기간이었나 봐요.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문제예요”
개그맨 준비를 하면서 2005년에 <개그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의 오디션에 합격해서 처음으로 개그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요. 막상 시작해 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매번 녹화를 했는데도 정작 TV에 나가지 않을 때가 많고요. 그 와중에 KBS에 공채 시험에서도 떨어지다 보니 좌절도 했죠. 그래서 1년만 더 준비해 보고 안 되면 학교에 복학하려는 결심으로 정말 모든 걸 걸고 다시 공채 시험을 준비했어요. 그때는 아는 분들, 그리고 교회 목사님께 기도 요청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감사하게도 두 번째 도전만에 합격이 됐죠. 그것도 2등으로요! 그 후에 1년 만에 준교수 캐릭터를 만나게 하시고, 또 곧바로 곤잘레스 캐릭터에 이어서 지금은 <생활의 발견> 코너를 할 수 있게 하셨죠. 사실, 개그맨이 되어서도 문제예요, 매년 새로운 개그맨들이 뽑히는데 방송 시간은 정해져 있고, 또 선배들은 워낙 노련한데, 신인들은 그 틈에서 자기 것을 해야 하니까 정말 치열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해요. 그런데 이렇게 연이어서 좋은 역할을 주시니 정말 감사한 일이죠.
"웃음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라”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문화사역에 대한 비전을 주셨다는 점이에요. 그 길을 위해 다 예비하신 것 같아요. 어릴 때 교회에서 꽁트를 짜면서 즐거워했던 것이나, 고등학교에 가서 유상무라는 친구를 만나게 하신 것도요. 아!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 정도 미국 ‘텍사스’에 있었는데요. 텍사스 근처에 있는 멕시코 친구들과 만나 친하게 지내곤 했죠. 그 기억을 토대로 ‘곤잘레스’ 캐릭터가 탄생했고, 또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는 ‘준교수’ 캐릭터도 할 수 있었죠.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너는 네가 가진 사람들을 웃게 하는 재능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라”라고 명령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그 뿌리를 든든히 잡고 있어요. 물론, 어떨 때는 주목을 받는 것이 마냥 좋기도 하죠. 반면 코너가 안될 때는 좌절하기도 하고요. 연예인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속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도 크리스천 연예인들을 위해서 많이 기도해 주세요.
"어떤 길로 인도해 주실지 기대가 돼요”
연예계 생활이 힘들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정말 감사하게도 의외로 동역자가 많더라고요. 개콘에도 정말 많은 크리스천이 있고, 또 요즘 개그우먼 이성미 선배님께서 한 달에 한 번 연예인들이 연합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는데요. 그곳에서 예배하면서 많은 크리스천 연예인 분들과 사역에 대한 마음을 모으고 있어요. 아직 눈에 보이는 활동은 없지만, 기도하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있죠.
저 역시 웃음을 통해 힘든 분들에게 힘을 드린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임해요. 특히, 청소년들이 학업이나 비전, 또 여러 가지 문제로 지치고 힘들잖아요. 하지만 저희를 통해서 힘든 것을 다 잊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생활의 발견> 팀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웃음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끼치도록, 그리고 저희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물론, 기도하고 올라가도 빵빵 안 터질 때가 있지만요(하하).
이제 앞으로 하나님께서 제게 무슨 일을 시키실지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연기나 뮤지컬도 하고 싶고, 또 나중에는 크리스천 연예인들과 공연을 하고 싶기도 해요. 대놓고 크리스천을 위해 하기보다는 보고 나면 뭔가 메시지가 있는 공연 말이죠. 어떤 모양으로 하실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실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