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헤리티지는 ‘무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블랙가스펠 팀’이라 독특해 보이는 점도 있지만, 워낙에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감이 대단해서가 아닐지. 2007년 즈음인가, 한 공연장에서 헤리티지의 음악을 들은 후(너무 늦게 알았지만 ^^;)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안고 헤리티지를 만나러 갔다. 태어날 때부터 그루브를 타고났을 것 같고, 또 블랙가스펠 본고장에서 공부(?) 좀 하고 왔을 것 같은데, 그들이 말하는 헤리티지의 시작은 의외였고, 그래서 흥미로웠다.
취재/ 한경진 기자·사진/ 임귀주 기자
Heritage는 연습생
sena 와! 공연장에서만 보던 여러분을 취재원으로 눈앞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반갑네요. 그럼, 헤리티지의 시작부터 얘기해 볼까요? 처음에 다들 어떻게 모이게 되신 거죠?
효식 처음에 이 팀을 기획하신 분이 블랙가스펠 마니아이셨는데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음악을 소개하면 좋은 예배 문화가 되겠고, 대중음악 쪽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팀을 구성하기 시작하셨어요. 그때가 1998년 쯤이었는데, 블랙가스펠이라는 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죠. 저희들도 그때까지는 블랙가스펠이 뭔지 잘 몰랐고요. 그냥 교회 안에서 성가대를 하거나 음악에 관심이 있는 정도였는데 오디션을 통해서 얼떨결에 팀에 합류하게 됐죠. 그렇게 만들어진 팀이 바로 ‘믿음의 유산’이에요.
효찬 저도 그 당시에 오디션을 봤는데요. 분명히 오디션이라면서 노래를 불러 보게 하셨는데, 알고 보니 노래하러 가기만 하면 무조건 시작하게 되는 거더라고요. 당시에 사람이 부족해서 정말 심각한 수준만 아니면 다 받아 주셨거든요.(웃음)
경선 그래도 정식으로 오디션을 보고, 백 명 이상 제치고 들어온 건 저밖에 없을 걸요?
효찬 백 명이었어?! 내가 알기론 스무 명인데…….
sena 하하. 그럼 그렇게 팀이 구성이 돼서 블랙가스펠이라는 걸 처음 접하신 거네요?
희영 그런 셈이죠. 저는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냥 교회 성가대를 하는 정도였는데, 이 팀에 들어와서 블랙가스펠을 접하고 나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악보 자체도 일반 악보와 너무 달랐고, 발음이나 발성도 너무 어렵고요. 그래서 솔직히 처음에는 관두려고 했었어요.
효찬 신세계였죠. 신세계. 그래서 이 친구가 오디션을 보고 나서 그 다음부터 3주간 결석을 하더라고요. 하하.
철규 사실 흑인 음악은 발성 자체가 동양인들이 흉내낼 수 없는 게 많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연습했고 많이 배웠죠. 더구나 당시에는 인터넷도 대중화되지 않았고, 이 분야를 잘 아는 선배도 없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어렵게 공수해 온 앨범이 그저 우리의 선생님이었죠. 그때는 어렵게 음반을 하나 구하면 그것만 주구장창 들으면서 연습했었어요. 그래도 그때 그렇게 연습했기 때문에 지금의 헤리티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 앨범 ‘믿음의 유산’, 그리고 ‘헤리티지’
sena 그러다 드디어 첫 앨범을 2003년에 발매하셨는데, 정말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아요.
희영 네, 앨범에 대한 어떤 매뉴얼이나 가르쳐 줄 만한 사람이 없어서 정말 고생을 했었어요. 녹음실이 시간당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밤을 새면 돈이 적잖게 드는데, 그래도 밤을 새가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을 들였었죠. 사실, 지금 들어 보면 틀린 게 들리고 하지만 그 시작 자체가 대단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효식 저는 앨범이 나오고 한 4년 동안은 듣지 못했어요.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그때는 준비가 잘된 것도 아니고, 저희끼리 동아리처럼 편하게 노래하고 지내다가 갑자기 ‘앨범’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말 컸거든요. 그래서 4년 정도 못 듣다가 우연히 앨범을 듣게 됐는데, 물론 틀린 것도 많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괜찮더라고요.
sena 그런 ‘믿음의 유산’이 ‘헤리티지’라는 이름으로 대중가요계에 데뷔하셨는데….
효식 ‘헤리티지’는 처음부터 대중음악계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팀이에요. 그래서 먼저 ‘믿음의 유산’이라는 앨범으로 우리들의 정체성을 보여 준 다음, 대중음악계에 나가서 블랙가스펠을 소개하고, 음악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저희의 원래 계획이었죠.
sena 그런데 사실 교회 안에서 음악을 할 때와는 환경도 상황도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효찬 사실, 음악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되, 우리가 전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아요. 세상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좋은 얘기만 하자니 대중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고……. 마치 어떤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철규 한편으로는 ‘믿음의 유산’을 응원해 주시던 분들 중에는 저희가 ‘믿음을 버렸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저희 원래 이름이 ‘Heritage of Faith’였는데, 대중음악계로 가면서 ‘Heritage’로 이름을 바꿨으니까요. 대중음악계로 진출한 초창기에는 그런 조언을 하나하나가 많이 신경쓰이곤 했죠. 지금은 많이 응원을 해 주시는 편이지만요.
경선 그래도 우리가 처음에 ‘믿음의 유산’으로 시작할 때는 어렸기 때문에 ‘사역자’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그런 타이틀이 어색하기도 했었는데요. 대중음악계에 나가면서 우리 팀의 정체성이 ‘음악을 가지고 나아가는 선교사’라는 걸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됐어요. 그 일이 오히려 저희들 안에서 영적인 훈련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죠.
효식 사실, 교회와 세상은 양분되어 있잖아요. 교회에 가면 너무 행복하고 기쁜데, 세상에 나가면 너무 힘들고…. 그래서 크리스천들이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으려고 해요. 하지만 저는 크리스천이라면 각자 하나님이 허락하신 영역에서 선교사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복음의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헤리티지는 바로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거죠.
헤리티지, ‘나는 가수다’에 등장하다!
sena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하신 것 봤어요. 엄청 반갑더라고요!
효찬 임재범 씨의 곡을 편곡하신 분이 크리스천이신데, 저희와 함께 작업했던 적이 있어서 부탁을 해오셨어요. 그래서 출연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일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쓰임받는 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 같아요.
철규 사실, 저는 그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반대했었어요. 경쟁을 하는 가요 무대에 서서 코러스를 한다는 게 마음에 영 내키지 않아서요. 그런데 알고 보니 임재범 씨가 부르시는 곡이 ‘여러분’이라는 가스펠 곡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무대에 서기 전에 ‘찬양을 하겠다’고 기도드렸는데, 솔직히 그 무대가 제 마음처럼 잘 되진 않더라고요.
경선 그 프로그램의 취지가 일단 최고를 가리는 거고 경쟁하는 거잖아요. 그 프로그램 자체는 저희에게도 많은 도전이 되지만, 사실 거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무대 뒤에서 많이 긴장하고 부담스러워하시는 걸 보면서, 음악은 온전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사용될 때에만 만족할 수 있고 기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헤리티지가 남길 유산
sena 헤리티지의 활동 계획을 좀 들어볼까요?
희영 우선은 큰 계획들만 있어요. 올해 중순까지는 앨범 준비를 할 예정이에요.
sena 드디어 앨범이 나오는군요!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나눌 기도제목이 있나요?
희영 무엇보다 우리 멤버들 각자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단지 좋은 공연, 좋은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하나님을 찬양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저희들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야 하니까요.
효식 그리고 싱글 앨범이나 정규 앨범을 잘 만드는 것보다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고 희망을 얻게 하는 음악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숙제를 풀어나가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저희가 남겨야 할 유산인 거죠.
철규 그리고 헤리티지 정기예배를 드렸었는데 지금은 마땅한 장소가 없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로 거듭나기 위해서 잠시 중단한 상태거든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정기예배를 위한 좋은 장소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예배를 통해서 성령님이 역사하시도록 기도해 주시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 기사가 나갈 때쯤에는 예배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