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한그루’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된 건 바로 지하철 영상 광고 덕분이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신인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았는데, 이름이 ‘한그루’인 것을 보고 ‘어, 나와 성이 같네?’ 하고 봤던 기억이…(그녀의 본명은 ‘민한그루’이지만 ^^;). 그때가 데뷔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얼마 후 그녀는 인기검색어에 오르더니, ‘컴패션’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한 것으로 다시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소속사 사장님은 sena에서도 만났던 주영훈 씨. 아마 이쯤이면 촉(?)이 올 듯하다. 역시 그녀는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다.
취재/ 한경진 기자·사진/ 한치문 기자
만나서 반가워요.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요즘 많이 바쁘시겠어요.
네, 데뷔한 지 몇 달이 안 됐거든요. 그래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어요. 그런데요. 사실, 저 청소년 때부터 sena를 했었어요. 매달 책을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연예인이 나왔나’하고 열심히 뒤져보곤 했는데 그 sena에 제가 나오고, 제가 한 이야기가 실린다니 너무 신기해요.
어머! 정말요? 이거 정말 반가운데요?!
솔직히 그때는 몰랐는데, 매일 QT하면서 말씀을 보고 느꼈던 것이 지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아마 청소년 친구들이 지금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나중이 되면 말씀을 묵상하고 이렇게 매달 책을 보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거예요.
맞아요(^^). 그런데 기사를 검색해 봤더니, 어릴 때 외국에서 지내셨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데요.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제대로 준비하라며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해주셨죠.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어린 나이에 외국에 가니 말이 안 통해서 정말 답답했죠. 그래도 학교가 끝나면 댄스학원에 가서 8시간 이상 댄스를 배우고 집에 11시, 12시에 돌아와서 과외도 했죠. 그때는 어릴 때였지만 편하게 잠을 잤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밥을 먹는데 부모님이 “중국어 배워볼 생각은 없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 당시에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이니까 “괜찮은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1주일 후에 짐을 싸서 중국에 배로 보내버리셨어요. 그리고 중국으로 건너가 호텔에 묵으면서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저희 식구들이 좀 즉흥적이죠?
하하. 그러네요. 중국은 미국과 환경이 달라서 조금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요. 한참 사춘기 때잖아요. 게다가 들어간 학교가 예술학교라서 경쟁도 심하다보니 도와주는 친구도 없었고, 외국인이라서 친구들이 잘 다가오지 않아 혼자 다니곤 했죠. 정말 밤에 잠도 자지 않고 매일 울곤 했어요. 부모님도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그래도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속상해 하실까봐 옷장에 들어가서 소리내어 운 적도 많았어요.
저런,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역시 해답은 ‘하나님’이었어요. 교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고 한 번에 치유를 받았죠. 그 무렵 하나님께서 환상도 보여 주셨어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한데요. 새벽예배에 나가 기도하고 있는데, 교회 본당 앞에 서 있는 제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는 사람들이 ‘아멘’ 하면서 막 울고 있었죠. 그 환상을 보고 하나님께서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저를 사용하실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한번은 한 목사님께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데 “네가 밤마다 옷장에서 우는 걸 다 안다. 그러지 말고 나에게 기도하렴. 네 숨소리까지 다 듣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였죠.
그러면서 제 학교 생활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어차피 외국인이라 못하는 건 당연하니까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뭐든지 이 악물고 했죠. 그랬더니 점점 성과도 나오고, 외국인인데도 잘하니까 친구들도 말을 걸고 다가오더라고요.
어려운 시절에 하나님이 정말 큰 선물을 주셨네요.
네, 만약 중국에서의 힘든 시간이 없었으면 아직도 교회 주변을 맴도는 신앙인일 거예요. 전 모태신앙인이라 어릴 때부터 교회에 습관적으로 가거나, 먹을 것을 먹으러 가곤 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께 쓰임 받는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요.
사실, 한국에 들어와 연예인 지망생으로 있을 때는 힘들 때마다 ‘그냥 한국에서 학교 다니면서 노래와 춤을 배우고 오디션을 봐서 데뷔하면 될 것을 굳이 미국, 중국까지 다니면서 고생을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요. 사실,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제가 계획해서 한 게 아니었거든요. 오로지 하나님께서 그분의 방법대로 인도하신 거였죠. 저는 항상 빨리 가고 싶어서 조급해 하지만, 하나님은 산도 보고, 바닷물에 담궈보게도 하시면서 돌아 돌아 결국 하나님이 원하는 자리에 있게 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믿음으로 무장하고 있어도 사실 연예인 세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예전에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잘 알 수 없었는데, 지금은 누군가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항상 보고 알 수 있잖아요. 특히, 인터넷을 볼 때, 악플을 안 본다고는 하지만 사실 안 볼 수가 없더라고요. 기사 나오면 댓글을 보게 되고, 그러다 또 더 찾아서 보고……. 그러면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게 되는데, 전 그냥 극복하려고 꾹꾹 참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차피 그런 게 목적이 아니니까.
그럼, 그 목적에 대해 이야기 해주실래요? 하나님께 어떻게 쓰임받고 싶나요?
저는 정말 그런 확신이 있어요. 지금이든 70세가 되어서든 하나님의 때에 절 사용하실 거라고요. 또, 대중들 앞에 나서는 일을 하게 하신 만큼 그 영향력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실 거라는 확신도 있죠. 그렇게 생각하니 두려움이나 조급함이 없어요. 일단 데뷔를 했으니 빨리 뜨면 좋겠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상황에 감사하려고 해요. 생각해보면 모든 게 감사해요. 아무도 모르던 저를 조금씩 알아봐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아! 저희 회사 사장님(주영훈 씨)을 만난 것도 감사해요. 소속 가수가 아닌 ‘스무살 한그루’에게 하는 조언들을 많이 해 주시죠. 새벽예배도 같이 가자고 하시고요. 이번 앨범이 나올 때도 사장님과 기도원에 가서 기도했었어요. 그런 게 너무 감사해요. 다른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마지막으로, 한그루 씨는 하나님께 어떤 자녀이고 싶은지 궁금해요.
사실, 유학생활을 하고 가요계에도 진출하면서 부모님이나 회사에 숨기는 게 많아졌어요. 안 괜찮은데도 괜찮다고 하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기도하는데 하나님께도 “하나님 저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기도하고 있더라고요. 하나님은 다 아시는데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하나님께 정말 아빠에게 하듯 솔직하고 어린 아이 같은 자녀가 되고 싶어요. 투정도 부리고 하소연도 하면서요.^^
오늘 이야기 감사했어요. 앞으로의 활동도 꼭 응원할게요.
감사해요. 그리고 sena 친구들! 청소년 시기에 많은 경험을 하고, 하고싶은 대로 꿈도 꾸세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다면 길을 열어주시고 아니면 돌아가게 하실 거예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