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영을 소개하는 문장은 늘 한결같다. ‘영어 빵점 소년에서 스탠포드대학 전액 장학생으로’. 「나는 한국의 가능성이고 싶다」로 성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한국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그가 이번에는 그 성공 속에 있던 하나님을 이야기하기 위해「나는 하나님의 가능성이고 싶다」고 당당히 선포한다. 한국 나이로 만 스물여섯.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군대에 입대할 날짜를 꼭 일주일 앞둔 그를 새나가 만나보았다.
취재/ 한경진 기자․사진/ 한치문 기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에 쓰신 「나는 하나님의 가능성이고 싶다」를 읽는 내내 현영 씨는 정말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어 빵점을 맞고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 같은데 기도하면서 계속 도전하시는 게 대단해 보이더라구요.
제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책에도 썼지만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면서 모든 문제를 하나님의 기준에서 생각하도록 가르치셨죠. 저희 어머니는 다른 건 몰라도 자녀들에게 신앙교육 하나만은 철저하게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셨대요. 덕분에 제가 믿음의 유산을 제대로 받은 거죠. 만약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앙이 아니었다면 저도 다른 유학생들처럼 공부를 아예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있었을 거예요.
그랬군요. 책을 보니 어릴 때 음악을 하고 싶었고, 또 재능도 있었다고 나와있던데, 그런 것 때문에 부모님과 마찰도 있었겠어요.
솔직히, 어릴 때는 부모님과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제가 공부하기 원하시는 당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어머니께 자식 욕심 좀 포기하라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저와 마찰이 있을 때도 그저 기도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저에게 거시는 기대가 크셨고, 기대하시는 만큼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이만큼 된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께서 그렇게 잘 이끌어주셔서 지금의 현영 씨가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각자 재능이 다른데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 좋은 대학 가야 한다’라는 건 너무 학생들에게 가혹하지 않나요?
맞아요. 저도 제 이름에 따라오는 좋은 학벌, 또 성공이라는 단어들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 간판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직장인이 되면 열심히 직장에서 일해야 하듯 누구에게나 인생의 시기마다 주어진 일이 있고 해야 할 사명이 있어요. 학생에게는 공부하는 게 주어진 일인 거죠.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 아시죠? 그 말씀을 보면 주인이 세 종들에게 각각 달란트를 맡겼어요.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세 사람의 결과는 다 달랐죠. 가장 많은 달란트를 남긴 사람에게 주인은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을 하고,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더 많은 것을 맡기겠다’고 했고, 한 달란트를 그대로 가지고 온 사람에게는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하셨어요. 하나님은 많이 노력하고 애쓴 사람에게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세요.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학생 시절에 하도록 주어진 일이 공부라면,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많은 것을 남길수록 하나님은 더 큰 것을 맡겨주시겠죠.
한 편의 설교를 들은 것 같네요. 그런데 공부보다는 다른 쪽, 예를 들면 예능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혼란스러운 말일 것 같은데요? 그 친구들은 나름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비전이라고 생각할 텐데요.
누구에게나 사명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죠. 열심히 공부를 해야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공부가 아닌 분야에서 소질을 발휘해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분야에서 쓰임받도록 하나님께 은사와 사명을 받은 학생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일부 학생들이 공부하는 게 힘들거나 어려울 때 돌파구로 예능이나 다른 길을 찾으려고 하는 걸 많이 봤어요. 그러면 결국엔 방향을 잃고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우려가 있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집회 때마다 하시면 정말 많은 학생들이 깨닫고, 큰 비전을 갖게 된다고 들었어요.
믿는 학생들은 하나님 안에서 비전을 발견해야 해요. 하나님은 입을 크게 열고, 큰 비전을 구하는 사람에게 그에 걸맞는 능력을 주시는 분이시니까요. 그래서 아직 학생인데도 너무나 작은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안타까워요. 그래서 집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큰 비전을 꿈꾸라고 이야기 하고 있죠. 그리고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소망과 기도는 구체적일수록 좋다는 거예요. 하나님께서는 나를 아시니까 대충 기도해도 알아서 이뤄주실 거라는 생각으로 기도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자기가 소망하는 것을 노트에 적어놓고 기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책에도 나와 있지만 가시는 곳마다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는 내용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요즘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는데요. 지금까지 하나님 뜻대로 지내왔다고는 하지만 전 정말 갓난아이 같은 신앙인이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제 신앙이 아니라 부모님을 통해 하나님의 응답을 확신하고, 부모님의 신앙을 내 신앙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았던 거죠. 그리고 제가 가는 곳마다 많은 역사가 일어났지만 사실 제가 한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성령님이 저를 통해서 일하신 거죠. 오히려 저는 그런 성령님의 사역에 도구로 사용되면서도 제 자신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계속 두 가지 기도제목으로 기도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부모님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직접 주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기도와 그동안 겉으로 경건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영적으로 많이 경건하지 못했던 제 모습에 대해 회개하는 기도를 하고 있어요.
정말 중요한 고민을 하고 계신 시기인 것 같네요. 사역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은데요.
그동안은 제가 한 번 집회를 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를 돌아봤는데, 집회를 준비하는 제 모습이 마치 대학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젠 강단에 올라서 성령님이 말하게 하시는대로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기도로만 준비했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초조해지고, 강단에 올라갔는데 할 말이 없는 거 있죠. 정말 아찔했는데, 그때부터 정말 성령님이 저를 움직이셨어요.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 시간 동안 강의를 했는데, 이전에 했던 강의보다 훨씬 은혜로웠고, 제가 그동안 생각하지도 않았던 좋은 이야기들을 제 입으로 하고 있더라구요.
이제 곧 군대에 가시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군대에 가는 것을 계기로 어쩌면 제 사역의 큰 전환점이 올 것 같기도 해요. 하나님께서 저에게 모든 걸 다 내려놓으라고 하시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내려놓을 것들이 뭔지 생각해 봤어요. 저는 어린 나이지만 벌써 책을 두 번이나 냈고, 어느 정도 얼굴도 알려져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 비해 포기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빛나는 조건들을 하나씩 버리고 하나님만 드러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이전에는 ‘내가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계획이 늘 있었는데, 지금은 백지상태에요. 앞으로 원하는 것이 있어도 저 자신이 하나님께 확실한 응답을 받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요. 군에 있는 기간이 그 모든 것들에서 한 발 떨어져서 하나님의 뜻만 구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의 이야기와 고민을 함께 나누고, 헤어진 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고민과 함께 외부와 단절된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을 주시는구나.’ 어쩌면 군대에 있는 동안, 혹은 2년이나 남았지만 제대한 후에 다시 조현영을 만나면 또 다른 모습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여전히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