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립, 플립플라워(flipflower.co.kr)
박경돈 CEO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기업 ‘플립플라워’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플립플라워’는 한 달에 한두 번 싱싱한 꽃을 배송받을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꽃을 판매하는 것만이 이 회사의 목적은 아니죠. 이곳은 청각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강점을 발휘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사회적 기업이에요. 청각 장애인은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대신 시각적으로 더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경쟁력 삼아서 함께 일하는 좋은 일터를 만들고픈 고민 속에서 ‘꽃’이라는 아이템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플립플라워’가 시작됐죠. ‘플립(Flip)’은 ‘뒤집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요. 청각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보는 사람’으로 전환하고, 나아가서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뒤집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에요.
특별히 청각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고 사회적 기업까지 운영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을 전공했고, 언젠가는 목사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방향을 틀어 군대 장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사격장의 큰 소리로 인해 청력 손실을 겪게 되면서 청각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현실을 알아보니, 청각 장애인 남성에 비해 여성 취업률은 절반도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이공계열이나 기계를 다루는 일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그 점에 문제 의식을 갖게 되면서, 여성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보람된 직장을 제공하고, 사회적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좋은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소명으로 이 일에 뛰어들게 된 거죠. 사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문득 돌아보니 기독교 교육학을 공부한 시간들, 군에서 행정 업무와 지자체 관련 일들을 감당했던 시간들을 하나님께서는 신기하게도 이 일에 다 사용해 주셨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선한 가치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기업가로서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어떻게 찾으시나요?
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성과와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이 생기죠. 예를 들면, 업무 스킬과 능력치가 좋지만 협업 과정에서 팀 전체의 분위기를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성과는 평범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을 잘 배려하고 융화시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럴 때 누구를 승진시킬지 고민이 되지만 결국 당장의 수익이나 성과는 포기하더라도 ‘좋은 일터를 만든다’는 회사의 미션을 지키기 위한 결정을 하죠. 이때의 선택은 단순히 한 사람을 승진시키고 말고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회사가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를 모든 구성원에게 보여 주는 하나의 메시지가 되죠. 그래서 회사 운영자로서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에나, 마케팅에 사용하는 언어를 선택할 때, 협업할 기업과 단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늘 회사의 가치를 우선에 두고 일관성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이런 고민을 터놓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팀원들이 있어서 플립플라워의 가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요.
결정의 순간마다 많은 고민이 되시겠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최근에 사정이 있어 퇴사하신 한 청각 장애인 분이 기억남네요. 집과 회사가 3시간 반 거리여서 출퇴근만 7시간이나 걸리는 분이셨는데요. 너무 안쓰러워서 근무시간을 줄여 주겠다고 해도 8시간을 모두 근무하시겠다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하셨어요. 그렇게 3년 가까이 일하시다가 몸을 돌보셔야 해서 퇴사하셨는데요. 하루는 그분의 어머님께 전화를 받았어요. “이전 직장에서 사장님한테 심각한 언어 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당해서 ‘내 딸은 이제 직장 생활을 하기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플립플라워 동료들이 환대해 주시고 보람 있게 일하도록 해 주셔서 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오히려 감사했어요. 이곳에서 한 사람이 살아나고 웃으며 나가는 것을 보면서 ‘창업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죠.
어느덧 ‘플립플라워’가 6년 차 기업이 되었고, 이제는 여러 기업과 지자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지금껏 일궈 오시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니 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이걸 매일 느껴요. ‘어? 이거 좀 되네’, ‘이렇게 하면 되겠네’ 하고 생각할 때마다 제 계획대로 되는 건 없었고, ‘하나님, 이거 어떡하죠?’, ‘이게 될까요?’, ‘꼭 성사되게 해 주세요’ 하면서 하나님을 붙드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죠. 그러면서 ‘나를 이 사업의 CEO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님과 동행하는 아들로 부르신 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일은 결국 저를 하나님과 가까워지게 하는 통로일 테니, 이 사업이 없어지거나 내려놓으라 하셔도 미련 없이 순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기도를 하며 운영하실 텐데요.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세워 가고 싶으신지 나눠 주세요.
꽃 사업으로 성공한 회사가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하려면 ‘플립플라워’에 가 봐”라고 누구나 말하는 기업,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으로 꾸려 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하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아는 경영자이면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겠죠. 팀원들을 ‘내가 채용한 사람’이 아니라 한 공동체의 눈, 손, 발이 되어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로 바라보면서, 혹시라도 우리가 품은 선한 가치가 점점 어긋날 때마다 서로 알아차리도록 도와주는 좋은 공동체로 꾸려 가고 싶어요.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