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 ‘김종욱 찾기’ 외,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재벌집 막내아들’ 외 다수 출연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12년차 배우 권반석입니다. 저는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상 매체 외에도 브로셔, 포스터, 웹사이트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스톡 이미지 모델, 혹은 공공기관, 기업, 브랜드의 홍보물 및 마케팅 콘텐츠에 들어가는 이미지 모델로도 촬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기와 이미지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어요. 출연 작품으로는 ‘미스터 션샤인’,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이 있습니다. 

뮤지컬과를 전공하셨던데, 원래 배우가 꿈이셨나요? 어떤 계기로 배우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고요. 20대 중반까지는 패션, 의류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서 관련 경험을 쌓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맘마미아’라는 뮤지컬을 보고서 무대 위 배우들의 에너지, 생동감 있는 연기, 감정이 오르내리는 이야기와 무대에 완전히 매료된 거예요. ‘나도 저렇게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연기학원에 등록했어요. 그때가 24살 무렵이었는데, 1년 정도 배우고 나서 감사하게도 서울예대 뮤지컬과에 입학했고, 그 이후로 쭉 연기자의 길을 걸었죠. 아무래도 뮤지컬 전공이다 보니 초반에는 연극 무대에 주로 섰는데, 영상 매체로 영역을 넓히면서 이제는 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있어요. 

여러 분야에서 연기하셨을 텐데, 연극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는 많이 다른가요?

제가 좀 에너지가 많은 편이라, 연극에서는 그 에너지를 표출하고 대사나 액션을 크게 표현하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해요. 관객과의 거리를 고려했을 때도 감정을 명확히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고요.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처럼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화면은 배우의 표정, 눈빛,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섬세하게 담기 때문에 과장된 표현은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어서, 무대에서처럼 자유롭게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내면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전달해야 해요. 연극은 제 안에 있는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고 표현할 수 있는 해방감이 있다면, 매체 연기는 그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하지만 더 깊이 있게 표현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카메라 연기에 적응하기 위해 따로 연구하고 트레이닝 하면서 점점 그 간극을 줄여갔고요. 요즘은 드라마 연기를 주로 하다 보니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에 주로 참여하신다니, 배우가 한 작품에 출연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작품에 참여하려면 먼저 오디션 과정을 거쳐야겠죠? 작품이 기획되면 제작진은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데요. 여러 배우가 그 역할을 분석하고 연습한 뒤 자신만의 해석으로 오디션에 참여해요. 그렇게 오디션을 통해 알맞은 배역을 뽑거나, 혹은 평소에 캐스팅 디렉터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미리 전달된 프로필을 통해 캐스팅이 이뤄지기도 하는데요. 배우의 이미지가 특정 역할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되면, 오디션 없이 바로 작품에 캐스팅되기도 하죠. 그렇게 배역이 정해지면 대본을 받아 일정 시간 연습을 한 후, 리딩(대본 읽기), 리허설 등의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요. 어떤 작품이든지 이 과정이 가장 기본 패턴이라고 보면 돼요. 

캐스팅 과정부터 경쟁이 치열하겠네요. 특별히 연기자로 활동하실 때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단역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에 따른 어려움이 좀 있는데요. 주연 배우들은 대본 전체를 받아서 캐릭터와 이야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만, 조연이나 단역 배우들은 대부분 자신이 나오는 장면 몇 페이지만 제공받거든요. 그럴 땐 앞뒤 맥락 없이 한 장면만으로 감정을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게다가 열심히 연습해 갔는데, 막상 실제 현장의 포인트나 방향성이 제 생각과 달라지면 난감하죠. 감독님의 디렉션이 다를 수도 있고, 현장의 분위기나 공간, 다른 배우들과의 합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톤과 에너지를 요구받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그 자리에서 빠르게 판단해 연기를 조정해야 하니 대처 능력이나 적응력이 필요해요. 그런데 배우 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럴 때 오히려 하나님께 모든 상황을 맡기는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다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와 함께 하시고 하나하나의 액션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거죠. 그 마음으로 연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더니, 더 담대하게 역할에 임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역시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노력은 결코 작지 않네요. 그럼 배우로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세요?

역시 제가 준비해 간 연기를 현장에서 잘 소화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또 상대 배우와 연기를 주고받는 합이 카메라에 잘 담겼을 때 정말 뿌듯하죠. ‘동네변호사 조들호’라는 드라마에서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박신양 선배님과 함께 중요한 법정 신을 촬영했는데, 법률 용어가 많이 들어간 어려운 대사를 주고받는 긴장감 있는 신이라 분량도 길고, 주연 배우와의 첫 호흡이어서 압박도 컸거든요. 하지만 격려해 주시는 분위기에 마음을 다잡고 준비해 온 연기를 선보였어요. 한 장면이 끝난 뒤, 박신양 선배님이 웃으시면서 “좋았어” 하고 ‘엄지 척’ 해 주시는데, 긴장이 확 풀리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 후 다음 장면부터는 선배님과 자연스럽게 좋은 호흡을 맞췄던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게 결국 가짜 상황을 진짜처럼 표현하는 작업이잖아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사건과 감정에 진심으로 몰입해서 연기했을 때, ‘내가 잘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껴요. 아무래도 제가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정성’과 ‘진정성’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 진정성이 전해질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예전에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자’, ‘발자취를 남기는 배우가 되자’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주어진 자리에서 모든 역할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작품이든 하나님이 맡겨 주시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이렇게 많은 배우 중 저를 선택해 배역을 맡겨 주셨다는 것이 점점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어떤 역할이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표현해내는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취재│이시온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