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센터’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 드려요.

하랑센터는 다문화 청소년과 이주민 가정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자원을 다방면으로 제공하는 다문화청소년센터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60~70명 정도 모이고 있는데요. 저희 센터의 핵심 가치는 다문화 친구들이 이곳에서 ‘왕의 자녀(창 1:27)’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이 주신 꿈을 이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에요. 이 비전이 아이들에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해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하죠. 아이들이 이곳에서 마음을 활짝 열 수 있게요. 그래서 저희는 심야 시간을 제외하면 센터를 항상 개방해 둬요. 평일에는 아이들이 아지트처럼 자유롭게 오가며 공부도 하고 취미 활동도 즐기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주일에는 함께 예배하고 찬양하고 모임을 할 수 있는 교회가 되죠. 저와 아내가 주로 프로그램들을 기획·운영하고, 다양한 계기로 하랑센터를 알게 된 자원 봉사 선생님들이 함께해 주고 계세요. 

아이들이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할 수 있나요?

감사하게도 저희 센터가 많은 교회와 기업과 학교들, 그리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있어요. 그 덕분에 아이들은 이곳에서 학습 지도와 멘토링, 입시·진로 컨설팅, 비전 특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죠. 이 외에도 아웃리치, 동계·하계 캠프 등 신앙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어요. 때로는 저희가 가정 심방을 가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연결된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나 이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글 교실도 열고 있어요. 저희는 정해진 프로그램을 먼저 개설하고 아이들을 부르기보다, 주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나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해 주는 맞춤형 지원을 하려고 해요.

인도에서 선교사님으로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맞아요. 인도에서 5년 간 사역하다가 한국에 돌아오게 됐는데요. 한국에서 어떻게 선교적 사명을 이어나갈까 고민하던 중, 아는 목사님이 자신의 교회에 한국 생활에 적응을 못해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청소년 친구가 있다며 한 번 만나보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는데, 처음엔 엄청 낯을 가리더니 제가 “아무 얘기라도 좋으니 너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라고 하니까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 놓더라고요. 한국에 오게 된 이야기,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 한국 생활의 어려움 등 소소한 일상부터 깊은 속마음까지요. 그렇게 꾸준히 만나며 교제가 깊어지던 중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주변에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 친구들이 많은데, 선생님 같은 분이 와서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다들 숨 쉬며 살 수 있을 거라고요. 그 말이 마치 하나님의 부르심처럼 들렸어요. 그것이 본격적으로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비전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죠. 이 일을 계속 해 나가다 보니, 제가 선교사로서 낯선 인도 땅에 살면서 ‘외국인’이 되어 봤던 것도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언제나 틀림이 없구나’ 하고 느껴요.

아이들을 대하실 때 원칙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아이들에게 자발성과 자율성을 키워 주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이 단순히 센터에서 먹을 것, 입을 것, 필요한 것을 적당히 얻어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아이들 스스로가 정말 자신이 누구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도록 도와야 하죠. 센터에서 청소나 교실 관리 등의 책임을 아이들과 일부 분담하거나, 찬양팀 같은 예배 봉사를 맡기거나, 학생회를 운영하도록 해서 센터의 후원금, 물품 등을 어떻게 분배하고 사용할지 논의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이유도 그래서예요. 아이들이 이렇게 자기 삶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때 건강한 자아상이 생기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돌아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센터에서 정말 많은 일들을 감당하고 계신데, 지칠 때는 없으신가요?

제가 이렇게 밤낮없이 아이들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으면 주변에서 그 질문을 제일 많이들 하세요. 몸도 한 개고 체력도 한계가 있을 텐데 지치지 않냐고요. 하지만 오히려 저에게는 이 아이들이 기쁨이자 활력이에요. 누군가는 저에게 ‘쉬엄쉬엄’, ‘천천히’ 하라고 하지만 사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역은 ‘천천히’ 할 수가 없어요. 청소년은 하루하루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민감하게 알아차려 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센터의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신에게 하랑센터는 ‘사람 人(인)’ 자 같대요. 자기 혼자라면 넘어질 수밖에 없는데, 자신을 지탱해 주는 센터가 있으니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요. 아이들의 이런 회복과 성장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큰 원동력이에요. 몸도 마음도 급변하는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휘청거리지 않도록 지금처럼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어요. 

아이들의 회복을 직접 경험하실 때 가장 보람차시겠네요.

스스로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잘 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하랑센터와 함께 하면서 점차 말씀 안에서 변화되어 가는 걸 느낄 때, 그리고 “이것 하고 싶어요”, “저것 하고 싶어요” 하며 원하는 것이 생길 때, 자기가 회복된 경험으로 자기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부모님의 사랑을 경험해 본 적 없던 아이들이 저희를 ‘엄마’, ‘아빠’라고 불러줄 때, 그 순간들 하나하나가 저에겐 감동이고 감사예요. 저희와 함께 울고 웃으면서 상처와 아픔을 벗어나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꿈과 비전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기특하죠.

마지막으로 ‘하랑센터’에 가지고 계신 비전을 나누어 주세요.

하나님의 비전을 함께 꿈꾸는 ‘하랑센터’가 다른 지역에도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구촌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생김새, 언어, 문화가 다른 이웃들이 점점 많아질 텐데, 우리 곁으로 온 이주민 혹은 다문화 구성원들을 선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사람이 필요해요. 단순히 먹을 것, 입을 것을 전달해 주는 ‘구제’가 아니라 영혼을 살리는 ‘선교’를 해야 하죠. 부모님의 국가나 출신지로 아이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닌, 창세기 1장 27절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왕의 자녀(King’s Kids)’로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키워내는 제2, 제3의 ‘하랑센터’가 앞으로 더 많이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시온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