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있다는 것

아마도 동생이 있는 독자들이 사연을 보며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이거 내 동생 이야기인데. 누가 우리집 사연을 대신 보냈나?” 혹은 “우리 집에 있는 애는 이 친구에 비하면 천사네!” 저 또한 친구의 사연을 읽고 돌이켜 봤는데요. 어린 시절 저는 나름 귀엽고 착한 동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형제간에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늘 들리죠.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서로 편한 관계여야 하는데, 친구 사연을 보니 안타깝게도 동생이 가장 멀리하고 싶은 존재인 것 같네요.

　남들에게는 착하게 굴면서 가족은 막 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희생을 강요하고, 자꾸만 친구의 마음에 화가 쌓이게 하는 동생. 그런 동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제가 친구의 가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요. 그래서 함부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 친구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동생은 당장 변하지 않을 확률이 커요. 동생이 그렇게 삐딱하게 구는 게 동생의 예민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원래 조금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가진 걸 수도 있어요. 따라서 두 번째, 친구가 동생을 어떻게 해보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긍휼한 마음 한 스푼

그 대신에 친구에게 필요한 게 있어요. 동생이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단정짓지 않는 것이에요. 그런 판단은 내 안에 비교와 비난의 마음을 만들어요. 그 마음이 커지면, 강요나 협박의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하거나, 반대로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모든 문제를 회피해 버리게 만들죠. 안타깝지만 이 두 방법 모두 소중한 관계를 끊어지게 만든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의 롤모델인 예수님에게서 힌트를 찾아볼게요. 사람들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데려왔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예수님께서 여인을 용서하라고 하시면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모세의 율법에 따라 죽이라고 하시면 그동안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신 가르침을 스스로 어기시는 것이 되죠. 그때 예수님께서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셨고, 마음이 찔린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를 떠났어요. 마침내 여인과 단둘이 남게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왜 간음을 했는지 물으시지도, 왜 이런 죄를 지어서 나를 난감하게 하냐고 나무라지도 않으셨어요. 예수님께서는 자신과 상관도 없는 이 여인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만나셨는데도 마음이 평온해 보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하실 수 있으셨던 이유는 상대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성경에 보면 ‘불쌍히 여겼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걸 조금 어려운 말로 ‘연민’이라고도 해요. 이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노력이 쌓이고 쌓이는 긴 시간도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친구는 지금 첫 발걸음을 뗀 것이나 다름없으니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아주 많이 필요하죠.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면서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동생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랑하며 불쌍히 여기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이런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먼저 그 마음을 보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다 보면 아주 조금은 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지 모르죠.

내 마음 지키기 + 건강하게 부탁하기

예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동생을 불쌍히 여길 수 없다면 동생을 아예 포기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일단 동생은 내가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존재가 아니고 부모님의 권위 아래 있는 존재이니 부모님께서 감당을 하셔야 해요. 다만 지금 친구가 할 수 있는 것은 동생의 언행에 휘둘려서 감정 낭비를 하지 않는 거예요. 그 과정들을 훈련이라고 생각을 하세요.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아주 건강하게 동생에게 부탁하세요. 구체적으로요. 예수님께서도 여인을 구해주시고 그냥 ‘잘 가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라고 확실히, 구체적으로 말씀하셨죠. 사실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하지만, “가족을 좀 더 친절하게 대해 주면 좋겠어”, “말투를 부드럽게 해 주면 좋겠어”처럼 작은 것 하나부터 연습해 본다면 점차 익숙해질 거예요. 쉽지만은 않겠지만 조금씩 노력해 보기로 해요. 이런 노력들이 동생과의 관계를 비롯해 모든 관계에 있어서 성장을 넘어 성숙까지 이르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글│노희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