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음악치료사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상자의 신체 혹은 정신을 치료하는 사람이에요. 영유아부터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까지 대상자들이 전 연령에 걸쳐 다양해요. 요즘에는 소아청소년과나 정신과 병원에서 부설로 음악치료센터를 운영하기도 하고, 요양원이나 복지관에서 노인 분들을 대상으로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해요. 또 일반 회사에서 직원 복지로 임직원의 심리 안정을 위한 음악치료 프로그램 진행을 요청하거나, 정부 지원 사업으로 미혼모를 위한 음악심리치료, 지하철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음악심리치료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도 많아요. 음악 치료가 쓰이는 곳은 이렇게 다양해서,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음악’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모든 곳에는 음악치료사의 전문성이 필요하죠.

음악 치료가 정말 다양하게 접목되네요. 선생님은 주로 어떤 대상자들을 만나시나요? 

제가 만나는 대상은 대체로 아동·청소년이에요. 자폐 스펙트럼, ADHD, 지적장애, 품행장애 등의 어려움을 가진 친구들인데, 이런 정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뇌병변장애처럼 신체 활동에 제약이 있는 친구들도 음악 치료의 도움을 받아요. 치료하는 방법은 각각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개선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예를 들어 어른의 지시를 따르는 게 어렵다든지, 아니면 가만히 착석하고 있는 것이 어렵다든지, 눈 맞춤이 안 된다든지 하는 어떤 특징을 개선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잡고, 그걸 어떻게 음악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음악 치료를 통해 어떻게 행동이 개선되는지 궁금해요.

음악 치료는 한마디로 ‘맞춤형 치료’라고 할 수 있어요. 10명의 대상자가 있으면 10가지의 치료법이 있는 거죠. 인지가 부족하거나 팔을 움직이기 어려운 친구들의 경우, 악기의 한 음만 치게 한 후에 제가 그 한 음을 시작으로 화려한 연주를 들려줘요. 그럼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몰입하면서 성취감을 느끼죠. 자신의 어떤 행위에서 음악이 시작된 거니까요. 혹은 언어 발달이 지연된 친구라면 음악의 가사를 활용해 단어를 반복하거나 문장을 반복하면서 언어를 더 즐겁고 편안히 학습할 수 있게 해요. 체계나 지시를 따르는 게 힘겨운 아이들에게는 악보를 주고 보이는 대로 차분히, 천천히 음계를 익히거나 연주하게 가르치고요. 이렇게 대상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다 달라요. 이론적으로 굵직굵직하게 쓰이는 기법들이 있지만, 상황과 필요에 따라 변형하면서 치료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음악을 도구로 사용해야 하니,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재능과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원래 음악에 관한 공부나 일을 하셨나요? 또, 어떻게 음악 치료를 시작하시게 됐나요?

저는 대학에서 보컬을 전공했어요. 교회에서도 찬양 사역을 오래 했고요. 그래서 당연히 제가 노래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을 쭉 살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졸업 후 갑자기 심한 성대 결절에 걸려서 앞으로 영영 노래를 못 하게 됐어요. 저에겐 노래가 전부였는데, 갑자기 목을 다치니까 그야말로 멘붕이었죠. 교회에 나가 매일 울면서 하나님께 원망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면서 몸부림치는 시간을 보냈어요. 익숙하고 잘하던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가 막막하고 무서웠거든요. 그렇게 기도하면서 헤매던 중에, 음악치료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를 알게 됐는데, 반신반의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걸 들으러 갔어요. 그런데요. 강의에서 음악 치료에 대한 이론을 듣던 중에, 기도회도 예배도 아닌데 성령님의 감동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줄줄 나는 거예요. 그때 하나님의 격려와 위로를 느꼈어요. ‘이 길이 맞아, 할 수 있어’ 하는 마음을 주셨죠. 그래서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늦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후에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목표하던 음악치료 대학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게 이 길의 첫 걸음이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이 직업이 저의 사명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껴요.

음악 치료로 영혼을 돌보는 사명을 받으셨네요. 그렇다면 치료했던 친구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으신가요?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가 있어요. 뇌병변장애는 뇌의 손상으로 인지, 정서, 신체의 활동이 어려운 장애여서 보통 기본적인 보행도 어렵고 자기가 의도하는 대로 손과 발을 움직일 수도 없어요. 그 친구 역시 표정도 없고 무언가를 바라볼 때도 시선의 초점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웠죠. 그런데 음악 치료 때마다 노래를 불러 주거나 특정 선율의 악기 연주를 들려주면 치아가 다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어 보이고 몸동작으로 기분이 좋다는 걸 막 표현하려고 하는 거예요. 또 섬세한 악기 연주가 어려워 윈드차임(속이 빈 원통 모양의 금속이 모빌처럼 스트링에 매달려 있는 형태의 악기. 금속끼리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난다)이라는 악기를 만질 수 있도록 앞에 갖다 줬는데,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팔을 움직여서 악기를 부딪치며 활동하더라고요. ‘이 아이가 지금 너무 행복하구나’라는 게 느껴졌어요. 그때 음악의 힘을 깨달으면서 정말 뭉클했죠. 아이 어머니도 엄청 감격스러워하셨던 기억이 나요.

음악치료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음악치료사는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이해나 감각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반드시 한 영혼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단순히 돈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치유하고 인내하고 변화시킬 귀한 영혼으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고요. 그렇게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대상자를 끝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줄 수 있다면, 나를 통해 한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음악치료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취재│이시온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