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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쇠질하는, 세상 쿨한 교회 누나
‘헬예누’ 이정은 대표 | 2024년 11월호
  • 쎈 누나(언니), 교포 스타일, 부잣집 딸, 핵인싸, ENFP의 인간화. ‘헬예누’ 채널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아마도 이 정도가 아닐까 한다. 영상을 뚫고 나오는 쿨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보는 사람조차 쿨하게 만드는 그녀는 사실 부캐 부자다. 헬스하는 예쁜 누나 ‘헬예누’, 운동복 회사 ‘라이드’의 대표 죠안나, 피트니스 선수 이정은. 그런데 이 맥락에서 뜬금없이 전혀 예상치 못한 부캐가 등장했다. 바로 ‘쇠질하는 교회 누나’.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헬예누 인스타그램(@joanna_jungeun)

     

     

    누나이면서 언니라 불리는 ‘헬예누’ 탄생기

     

    유튜브에 ‘헬스’를 검색하면 관련 채널이 줄줄이 뜬다. 그중 여성 헬서(Healther)들은 날씬하고 탄탄한 체형이 대부분. 그래서일까? ‘헬예누’는 유독 눈에 띈다. 헬스 중독이라는 가수 ‘비’마저 압도적인 하체운동으로 완전히 털어버린(?) 그녀는, 마르지는 않았지만 튼튼하고 탄탄한 몸을 지향하는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다. 

     

    채널의 영상들을 봤는데, 엄청 열심히 관리하는 헬스 유튜버들에 비해 정말 잘 드셔서 놀랐어요.

    헬예누 피트니스 대회가 내년 4월 즈음에 있어서 지금은 비시즌이에요. 치킨이고 떡볶이고 먹고 싶은 건 마음대로 먹고 있죠. 대신 운동은 평소에 꾸준히 해요. 저는 운동량에 따라 몸무게가 5kg씩 늘었다 줄었다 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살이 확 찌거든요. 

     

    채널 명은 ‘헬스하는 예쁜 누나’인데, 댓글에는 ‘언니’라고 부르는 팬들이 많더라고요. 

    헬예누 채널을 개설한 건, ‘어원준’이라는 피트니스 채널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헬스하는 분들과 소통하려는 목적이 컸어요. 영상을 도와주는 PD 동생도 평소에 저를 “누나”라고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널명이 지어졌죠. 동생은 채널 명에서 ‘예쁜’은 빼라고 놀렸지만요. 그런데 초반과는 달리 영상이 쌓일수록 점점 여성 팬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마른 체형이 아니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된 게 아닐까 해요. 채널에서 제가 70kg이 넘을 때의 모습을 공개했는데, ‘저 언니도 나처럼 살이 찌네’ 하고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셨죠.

     

    유튜브를 시작하시고 일상이 조금은 달라지셨을까요?

    헬예누 신기하게도 그렇더라고요. 제가 판매하는 운동복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면, 갑자기 50대 중년 분이 오셔서 “누나” 하고 다가오기도 하시고, 멀리서 보고 가셨다며 DM을 보내시는 구독자 분들도 계세요. 그리고 제가 미국에서 3년 동안 유학을 하면서 한인교회에 다녔는데요. 오랜만에 다시 갔더니 집사님들이 “정은 자매, 잘 보고 있어~”, “나 맨날 보잖아” 하시는 거 있죠. 유튜브의 파급력이 엄청났어요.​

     

     

    교포 아닙니다. 유학생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교포 스타일인 헬예누를 보고, 한 구독자는 ‘캘리포니아 미녀’ 같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는 토종 한국인. 미국에서 유학한 시간은 3년이 전부였다. 그런데 막연한 마음으로 떠났던 그 3년의 유학생활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다. 

     

    ‘한인교회’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눠볼까요? 미국은 왜 가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헬예누 대학에서 영상을 공부했어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일상이었죠. 그런데 저는 믿는 가정에서 자라서 주일에는 당연히 교회에 가야 하는데, 팀플을 할 때면 거의 주일에 촬영이 있고, 촬영이 끝나면 술을 엄청 마시는 거예요. 제가 잘 놀고, 잘 마실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거든요. 대학에 입학하고는 짓궂은 술 문화에 충격을 받고 혼란스러워서 휴학을 했을 정도로요. 그래서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없겠구나’ 생각하곤, 대학 졸업 후 다른 분야에 도전해 봤어요. 운동을 좋아하니 트레이너 일도 알아보고, 메이크업 자격증을 따러도 다니면서요. 그런데 뭐든 늦은 감이 있더라고요. 가는 곳마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막연한 마음에 당시 오빠가 유학하던 미국으로 떠난 거예요. 일단 언어를 배워 보려고요. 그런데 어쩜, 미국 생활이 너무 재밌고 잘 맞는 거 있죠! 

     

    미국 생활은 어떠셨어요?

    헬예누 제가 미국에 간다고 하니, 오빠가 한인교회 분들께 저를 관리해 달라고 단단히 부탁해 놨더라고요. 덕분에 가자마자 교회 분들의 전폭적인 관리(?)를 받았죠. 특히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시던 찬양팀 집사님께서 유독 챙겨주셨는데요. 처음에는 저에게 기대가 별로 없으셨대요. 그런데 나름 카메라도 만질 줄 알고, 워십댄스도 좀 추고(초등학생, 대학생 때 유명 워십댄스 팀인 ‘박에스더 워십’의 단원이었다고 한다), 또 대타로 싱어를 맡겼더니 노래도 의외로 부르는 걸 보시고는 교회 찬양 사역에 저를 끼워주셨어요. 아예 그분 집에 선교사님들을 위해 만들어 놓으신 게스트룸에서 살면서 함께 사역을 했죠. 정말 재미있고 은혜로운 시간이었어요. 딴 생각이나 방황할 틈도 없을 만큼요. 당시에 미래에 대한 고민도 집사님과 나눴는데요. “하나님은 너의 모든 부분을 하나로 딱 연결시키는 일을 하게 하실 거야”라고 하셨어요. 지금 운동복 사업을 하면서 그 말이 맞다는 걸 느껴요. 제가 좋아하는 운동, 의상, 메이크업, 그리고 전공했던 영상 기술까지 다 엮어서 이 일을 하게 해 주셨으니까요. 물론 이것도 끝이 아니겠지만요. 

     

    유학 생활을 하면서 오래된 상처도 치유됐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었나요?

    헬예누 제가 외모도 특이하고 하체도 크잖아요. 그게 항상 콤플렉스였어요. 어릴 때부터 별명이 ‘돼지’, ‘코끼리’, ‘깜댕이’ 이런 식이였죠. 중학생 때는 친구가 저를 “돼지 새끼”라고 놀렸는데, 너무 화나서 싸우다가 코뼈가 부러진 적도 있어요. 그런데 글쎄 미국에 갔더니 오히려 칭찬거리인 거예요. 만나는 사람마다 아시아인 치고는 몸이 너무 멋있다면서 부러워하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큰 몸도 매력일 수 있구나, 사람마다 예쁨의 기준은 다르구나 하는 걸요. 그래서 제 브랜드의 정체성도 ‘마르지 않은 날씬함’이라고 정하게 된 거예요. 

     

     

    쇠질하는 교회 누나, 본캐는 크리스천

     

    운동하는 모습, 소소한 일상, 운동복의 피팅 사진들로 채워진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어느 날 뜬금없이 올라 온 ‘#쇠질하는교회누나’ 피드는 반응이 엄청났다. 크리스천인 팔로워들은 ‘저도 교회 다녀요!’, ‘크리스천이었다니!’ 하며 반겼고, 그렇지 않은 팔로워들은 ‘왜 누나네 교회 십자가는 쇠죠?’, ‘십자가가 T바(헬스기구의 손잡이)로 보여요’ 하며 장난스런 댓글을 달았다. 

     

    피드에 언젠가부터 찬양 영상을 올리시더라고요. 실력이 심상치 않으시던데요?

    헬예누 유학을 마칠 즈음에, 찬양팀 집사님과 한국에 가서 찬양으로 봉사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는데요. 신기하게도 그 무렵 한국에서 제가 다니던 교회의 찬양 인도자 오빠가 출장 차 미국에 온 거 있죠! 그래서 한국에 가면 찬양팀으로 섬기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지금 교회에서 찬양 인도와 싱어로 서게 된 거예요. 그러다 무심코 찬양 연습하는 영상을 찍어서 ‘쇠질하는 교회 누나’라고 올렸는데, 그게 갑자기 150만 뷰가 넘어버린 거고요. 

     

    갑자기 종교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 조심스럽진 않으셨나요?

    헬예누 솔직히 ‘예수쟁이였네’ 하면서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였죠. 제가 손을 들고 찬양을 하니까 ‘찬양을 가장한 팔 운동’이라는 둥 웃긴 댓글이 달리는데, 오히려 감사했어요. 거부감이 없다는 것에요. 동시에 책임감도 느껴지더라고요. 영상을 올리는 순간 크리스천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고, 이게 제 정체성이니 그런 부담은 당연한 거죠. 사실 대놓고 “예수님은 이런 분이에요”, “마태복음 몇 장 몇 절에” 하면서 말로 전하는 것은 저답지 않은 것 같아요. 우연히 운동할 때 듣는 음악이 CCM이었던 게 영상으로 나간 적도 있는데, 그냥 그런 게 저다운 전도 같아요. “저 누나 교회 다니더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자연스럽고도 큰 영향력이 될 것 같아요. 헬예누 님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이세요?

    헬예누 친구들이 교회에 다니면 뭐가 좋냐고 물을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만약 내가 어떤 사람을 사귀는데, 그 사람이 내가 싫다고 하면 너무 좌절하게 될 것 같아. 그런데 그 순간 내 뒤에 든든하게 부모님이 딱 버티고 있으면 얼마나 위로가 되겠어? 내가 어떤 상태이든 사랑하고 받아주시는 부모님이 나를 안아준다고 생각해 봐.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 줄 알아? 나는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내 뒤에 딱 버티고 있으니까 뭘 해도 괜찮아. 하나님은 나를 무조건 사랑해주고, 받아주시거든”이라고요. 저에게 하나님은 그런 분이에요. 본질적인 사랑을 주시는 분, 제가 부족해도 늘 받아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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