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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것이 바로 ‘지저스웨그’
‘문스타의 힙져스 그림묵상’ 문상일 목사 | 2024년 01월호
  • 광야에서 장막 대신 캠핑카를 세워놓고 선글라스를 쓴 채로 소떡을 구워 드시는 예수님, 구름기둥과 불기둥 사이에서 뜨끈한 차를 마시고 계신 예수님, 야자수 그늘 아래 해먹에 한가로이 누워 계신 예수님, 서핑하러 가시는 예수님, 디제잉하시는 예수님…. 지금 세대에 예수님이 오셨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일까? 우리 일상 어디에서나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거침없이 그려내는 ‘힙져스’의 그림은 올해 sena의 묵상그림 라인업에 새롭게 합류했다. 그런데 작가명이 ‘문스타’라는 이분, 프로필을 살펴보니 평범하지가 않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 그림│문상일 목사​ 

     

     

    “와~ 제가 청소년부 담당할 때 sena로 큐티했었는데!” 

    그렇다. sena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준 준 문스타의 정체는 바로 ‘목사님’이다. 몇 해 전까지 청소년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청주의 한 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인터뷰를 위해 교회의 카페에 들어서자 액자로, 안내판으로, 스티커로 공간 여기저기에 힙져스의 선글라스를 쓴 예수님 그림들이 보였다. 교회가 덩달아 힙해지는 듯하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공부도, 체육도 딱히 잘하지 못했던 그가 그나마 할 줄 아는 것이 그림이어서 막연히 미술로 진로를 준비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목사님이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사실 너 태어날 때 목사가 되게 하겠다고 서원했으니 기도해 봐라” 아니, 아무리 갓난아이지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래도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는 착한 아들은 ‘한 달’ 동안 새벽예배에 나가고 틈마다 기도하던 끝에, 마침내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무언가 음성이 들린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마음이 이끌리고 곧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미술은 접어둔 채 신학교에 간 그는 목사가 되었다. 

     

     

    그림은 기억에서 지우고 살던 어느 날,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섬기는 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 기독교 신문에 글을 연재하시는데, 내용이 어려워 그림을 첨부하면 좋겠다고 하시며 그림을 그려봤다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신 것이다. 목사님의 글에 맞게 한 컷 한 컷 그려내던 그림은 결국 한 권의 책으로 모아졌고, 그렇게 감을 다시 찾은 그에게 ‘누군가 요청한 그림이 아닌, 내가 묵상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생겼다. 

     ​언젠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예수님의 생애를 그렸던 운보 김기창 화백(만 원짜리 지폐의 세종대왕 얼굴을 그린 화가)의 작품과 ‘바리스타로 오신 예수님’이라는 석용욱 작가의 그림을 보고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았던 기억을 되살려, 그도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시는 예수님을 그려보고자 마음먹었다. 모두 상상하는 흰색 옷에 빨간 도포를 쓴 2000년 전의 인물이 아닌, “이제부터는…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요 15:15)”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친구 같은 예수님의 모습으로. 친구 같은 예수님의 여러 모습, 여러 얼굴, 여러 복장을 고민하다 힙합 스타일로 탄생한 ‘힙져스(힙합+지져스)’의 이미지는 한때 힙합을 좋아했던 그의 취향이 100% 반영된 결과물이다. 선글라스를 쓴 예수님의 ‘힙져스 그림묵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시작은 방구석에서 끄적이듯 그려 SNS에 올리는 것이었다. ‘이러다 나 너무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하면서 전시회까지 여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조회수는 초라했다. 그래도 꾸준함이 장점인 그의 성향 덕분에 하나 둘 쌓아가던 그림을 보고, 한 기독교 단체에서 연재를 요청하면서 힙져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이 시작됐다. “예수님이 친구라고 하신 건 그런 뜻이 아니다”부터 시작해서, 선글라스를 쓰신 예수님의 모습에 신학 논쟁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림은 자유분방해도 멘탈은 유리 같은 그에게는 난감한 사건이었지만, 그 일은 어느새 생긴 힙져스의 팬들이 ‘요즘 시대에는 이런 그림이 필요하다’, ‘다음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나서준 덕분에 잠재워졌다. 논란의 불씨가 일찍 잠재워진 것은 그의 그림에 담긴 진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힙한 장소와 힙한 예수님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도구로 그림이 따라와야 한다는 것이 힙져스를 그리며 그가 정한 원칙이다. 그래서 힙져스 그림에는 늘 말씀 구절이 빠지지 않는다.

     

     

    서문교회 부목사인 ‘문상일 목사’, 그리고 묵상그림을 그리는 ‘힙져스’ 일러스트 작가인 그의 또 다른 직업은 놀랍게도 ‘래퍼 문스타’이다. 자기 성에 ‘스타’라는 닉네임을 붙여 랩네임을 만들 정도이니 자존감이 엄청날 거라 생각했지만, ‘문스타’라는 이름은 학창시절에 틈만 나면 ‘스타그래프트’를 켜던 겜돌이 시절에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힙합에 심취해 있던 그는 신학생이 되면서 힙합을 끊었었다. YDG(가수 양동근) 같은 크리스천 래퍼들을 제외하고는 가사가 죄다 욕이고, 돈 얘기, 선정적인 얘기 뿐이라 경건한 신학생으로서 과감하게 결단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혜성처럼 ‘비와이’가 나타났다. ‘아니! 성경적인 메시지로도 대중적인 힙합을 할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본 그는, 때마침 교회 고등부 학생 중 힙합 공연을 하러 다니던 수겸이라는 친구를 불러 특송용 힙합곡을 만들자고 꼬셨(?)다. 공부도 곧잘 하는 친구라 부모님 눈치를 보며 망설일 땐 “찬양은 괜찮아”라고 계속 꾸준하게 꼬셨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만들고 나니 곡이 너무 좋은 거다. 혼자만 듣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주변에 힙합과 전혀 상관이 없는 클래식 전공자들을 붙들고 매달려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하고 곡을 발매했다. ‘래퍼 문스타’는 또 이렇게 저질러서 탄생했다. 주변에 음악하는 친구들은 “이 퀄리티로 발매한다고? 미쳤다”라며 경악했지만, “안 들으면 나 혼자 듣지 뭐.”라며 단순하게 그냥 저질렀다. 그랬던 시작이 이제는 한 곡, 두 곡 쌓여 5~6년 사이에 10곡이 되었고, 하나 둘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크리스천 래퍼로는 유튜브 상위 조회수를 자랑한다. 게다가 이제는 곡 발매와 함께 ‘뮤비’까지 찍는다! 물론 월급을 투자해서….​

     

     

    그에게 힙합은 설교다. 비트 위에 얹는 설교. 물론 노래도 좋지만, 함축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노래 가사에 비해 힙합은 라임만 맞으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설교 도구가 없다. 사실, 주일에 한 번 하는 설교를 위해 일주일을 준비하고 전날 밤을 새우기까지 한다는 그는, 그렇게 전한 메시지가 한 번 선포되고 끝나는 것이 늘 아쉬웠는데, 그 갈증의 해답은 ‘힙합’에 있었다.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불려지고 전해지고 새겨지니 말이다. 그래서 ‘여호와 로이’를 시작으로 여호와 이레, 여호와 라파, 여호와 닛시 등 여호와의 이름 시리즈를 비롯해 말씀을 전하면서 은혜가 된 메시지를 따로 모아 ‘차원’, ‘존재’ 같은 두 글자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다. 그의 곡으로 우울증이 있던 사람이 위로를 받는다거나 힘든 상황에서 소망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또 수련회나 집회에 서면 예상치 못한 호응과 반응으로 따라 불러주는 회중들을 보면, 그는 계속할 힘을 얻는다. 

     

     

    그림도 그리고 힙합도 하지만, 어쨌거나 그의 본업은 ‘목사’다. 그것도 성도들에게 무지하게 사랑받는! 심방과 설교가 목회자에게 기본이라고 여기는 그는 틈만 나면 청년들을 만나러 다닌다.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왜 쟤는 2번 만나셨으면서 저는 1번만 만나세요!”라고 서운해 하는 청년도 있고, 차에 타니 목사님의 곡이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한 듯 재생하는 청년, 일하는 매장에 목사님의 음악을 틀어두고 홍보하는 청년, 새 가족이 오면 “우리 목사님 래퍼예요”라며 그 자리에서 유튜브를 검색해 구독을 강요하는 청년, “제가 집회 좀 소개해 드릴까요?”라며 목사님의 무대까지 마련해주시려는 교회 장로님, “뮤비 촬영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면 두 말 않고 보내주시는 담임목사님까지, 교회 모두가 목사님을 격하게 지지하는 중이다. 이 모든 걸 다 하느라 분주하지만, 막연히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힙합에 심취했던 시간들, 목회자로 부르심에 응답한 순간까지 그가 좋아하던 것들을 모두 버무려 지금의 본캐와 부캐를 만드신 하나님의 일하심이 그저 감사하고 또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하다.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사명은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는 말씀처럼 이 세대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계속 말씀을 들리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설교이든, 그림이든, 랩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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