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발기술’은 축구할 때만 쓰는 용어가 아니다. ‘스털디’라는 춤으로 <유퀴즈>를 접수한 경남 양산이 낳은 우주 대스타! 김우주 군의 ‘현란한 발기술’을 보고 있으니,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 나중에는 ‘우와’하고 빠져들게 되고, 나도 모르게 다리를 들었다 놨다 따라하다 결국에는 삐걱대는 몸에 좌절하게 된다. 그럼 그렇지. 우주 대스타는 아무나 되나?! 결국 되도 않는 춤은 접고 우주 군의 이야기를 들으러 양산으로 출동했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유퀴즈>에 출연한 우주 군은 자신을 ‘관종’이라고 소개했다. 유재석, 조세호 아저씨 사이에 앉아 토끼같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신기해하면서도, 한껏 업 되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걸 보니 관종에 ENFP가 확실했다(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그런 우주 군을 지켜보던 기자의 귀에 한 마디가 꽂혔다.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에서 기도모임이 있어요. 아침마다.” 그때부터 두 달 넘게 DM으로 주접 메시지(?)를 보낸 끝에 우주 군과 연락이 닿았다. 사실, 취재를 가면서도 ‘아직 중1 친구이니 신앙보다는 춤 이야기를 나누겠구나’ 생각했지만, 인터뷰는 예상과 달랐다. 우주 군은 하나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친구였다.
<유퀴즈>에 출연하게 된 게 ‘스털디’라는 춤 때문이었죠? 되게 신기하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시작은 솔직히 좋은 이유는 아니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과의 갈등 때문에 좀 화가 많아진 적이 있어요. 한번은 학교에 예수님에 대한 책이 있어서 읽었더니, 제가 너무 책을 편식한다고 지적하시더라고요. 그 이후에도 저를 이런저런 이유로 혼내셔서, 어린 나이에 반항심도 생기고 상처도 받았죠.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음악을 찾아서 듣다가 ‘드릴(Drill)’이라는 힙합 장르를 알게 됐는데, 들을수록 속이 시원한 거예요. 그리고 드릴에 맞춰서 추는 춤이 ‘스털디’인데요. 재밌어 보여서 유튜브를 보고 따라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유퀴즈>에서 말한 영상의 조회수가 800만이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1,300뷰나 됐어요.
처음에 취미로 시작한 건데 점점 조회수가 오르고, <유퀴즈>에서 연락까지 받으니까 엄청 얼떨떨했어요.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재능인가보다’ 생각하고 녹화하기 전에도 기도를 엄청 하고 나갔죠. “유명해져도 하나님을 안 떠나게 해주세요”라고요.
하하. 벌써 유명해질 걱정부터 하다니!! 그런데 정말 13살에 우주대스타가 됐어요.
뭐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인스타를 보면 해외에서 단 댓글도 있는데,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싶어서 뿌듯하고, 지나가는 고등학교 형들이 “우주야 안녕!”하고 인사해주면 어쩔 줄 모르겠는데 기분은 좋더라고요. 한번은 서울에 놀러갔는데, 어떤 분이 계속 흘깃 저를 보시는 거예요. 좀 무서워서 피했는데 나중에 다가오시더니 유퀴즈에서 봤다면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시고 사진도 같이 찍자 하시더라고요. 그럴 때는 좀 신기했어요.
SNS를 보니까 학교든 집이든 계속 춤을 추던데, 주변 친구들은 뭐라고 해요?
제가 좀 활동적인 걸 좋아하고, 남들 눈치도 별로 안 봐요. 그래서 신기한 동작을 보면 꼭 해 봐야 직성이 풀리니까, 교실 구석에서 쉬는 시간마다 벽을 잡고 계속 연습하고 그랬어요. 제일 처음 연습한 게 제 발을 잡고 줄넘기처럼 뛰어 넘는 기술인데요. 한 달 만에 완성했죠. 처음에는 제 SNS 계정에 연습한 걸 올리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게 춤이냐고, 조용히 있으라고 놀려서 약간 상처를 받긴 했지만, “너희들은 학교 끝나면 게임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데 나는 이렇게 할 거라도 있잖아~” 하면서 일부러 친구들 앞에서 더 했어요. 하도 하니까 이제 친구들은 교실에서 영상을 찍고 있어도 신경도 안 써요.
<유퀴즈>에서 스스로 관종이라고 소개하더니, 역시 관종 우주는 기죽지 않네요! 이제 신앙 얘기를 좀 해볼까요? 아침에 기도 모임을 한다고 했는데, 어떤 모임이에요?
교회 전도사님이 오래 전에 만드신 아침 기도 모임인데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참여했어요. 그때는 교회 형들이 너무 좋으니까 따라다녔다가, 5학년 정도 됐을 때는 저도 그 모임이 좋아서 매일 안 빠지고 나갔어요. 지금까지요.
우와, 초등학교 때부터 기도 모임을요? 모임은 어떻게 진행해요?
처음에는 전도사님이 진행을 해주셨는데요. 요즘은 나오지 않으세요. 전도사님이 없으면 못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저희들끼리 자발적으로 하게 해주셨죠. 그래서 지금은 형 두 명과 저와 친구, 그리고 동생까지 다섯 명이 참석해요. 아침 7시 40분에 모여서 찬양을 틀어놓고 함께 찬양하고, 말씀 보고 나눈 뒤에 기도하고 학교로 가는 건데요. 딱히 정해진 것도 없어요. ‘오늘은 뭐 볼까?’ 고민하다가 잠언을 선택한 다음, “17일이니까 17장 보자” 이런 식이죠. 그러고나서 학교에 가면 말씀이 계속 마음에 있어요. 공부하기 전에도 생각나고 그래요.
그게 바로 큐티 모임이네요. 우주는 학교에서 어떤 크리스천이에요?
중학교 처음 와서 예비소집일 날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는데요. 친구들에게 먼저 “나는 교회 다녀” 하고 말했어요. 스털디 얘기도 있고, 할 얘기도 많지만 다른 것보다 나는 크리스천이라는 걸 먼저 밝히고 싶었거든요.
그게 우주가 생각하는 우주의 정체성이었나 보네요. 아직 중학생인데 어떻게 그런 정체성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게 됐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요. 수련회 때마다 엄청 뜨거워지는데, 수련회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 되면 바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서 하나님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찾아봤는데요. 그때 어쩌다 보게 된 게 이단이 만든 영상이었어요. 종말, 심판, 심판, 지옥…. 이런 내용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제가 알던 하나님과 다르고 무서운 거예요. 그런 영상을 몇 개 보니까 알고리즘에 계속 그런 것만 뜨고, 그 말이 다 진짜 같았어요. 며칠째 무서운 채로 지내던 어느 날, 엄마가 “밥 먹어라~”해서 멈추고 식탁으로 갔는데, 너무 찜찜하고 무서워서 밥을 못 먹겠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께 영상을 봤는데 지옥에 갈까 봐 무섭다고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시고, 네가 뭘 해도 버리지 않으셔. 세상에는 잘못된 것이 많기 때문에 분별하면서 봐야 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데 그 순간,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말이 제 마음에 확 와서 꽂혔어요. 이게 말로 설명이 안 되는데, 마음이 정말 편안해지고, 하나님이 직접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하시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엄청난 경험을 했네요. 그때부터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교회 모임도 더 새로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고, 분별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 영상 하나를 볼 때도 조심했어요.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고 하니까, 하나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서 그때 저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어요. 학원에 다녀오면 저녁이 되는데, 9시 30분이 되면 무조건 방에 들어가서 기도하기로요. 사실 그렇게 정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하루는 저녁에 “잠도 안 오는데 기도나 할까” 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거든요? 그런데 기도할수록 막 빨려들어가듯이 계속하게 되고, 막 30분, 1시간이 지나도 안 끝나는 거예요. 그만하려고 하면 하나님이 “우주야, 잠깐만!” 하고 붙잡으시는 것 같았어요.
하나님께서 우주랑 할 얘기가 많으셨나 보네요! 이제 앞으로 유명세를 탈수록 다양한 사람도 만날 텐데, 신앙적으로 뭐가 맞는지 고민하는 순간이 많이 올 것 같아요.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은 어떤 마음가짐이에요?
사실, 저희 교회 전도사님이 학원 선생님이기도 하셔서요. 학원에서나 교회에서나 신앙적으로 많이 가르쳐 주세요. 솔직히 서울에 가끔 올라가서 춤추는 형들과 어울릴 때마다 큰물에서 놀고 싶기도 해서,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묶여있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덕분에 제가 엇나가지 않은 것이 감사해요. 선생님은 제가 춤추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으세요. 다만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하고,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뭘 해도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저도 거기에 동의해요.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이건 안 돼. 저건 못 해. 이건 잘못이야”라고 거부하기만 하면, 크리스천은 교회 안에서 말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저는 크리스천은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에서도 크리스천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힙합 문화 중에 좋지 않은 것들도 있기는 한데요. 그렇다고 ‘안 돼’, ‘못해’라고만 하기보다 그 안에서 뭐가 맞는지 고민하고,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하나님 먼저 생각하고, 하나님이랑 대화하면서 마음을 지키고 선을 지키는 게 진짜 크리스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