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범키’와 연결된 연관 검색어들은 그리 유쾌한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키워드들을 결국 그의 간증이며 노래가 되게 만드셨다. 어두움에 있던 그를 새로운 피조물로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물밑작업 하신 이야기를 다 담기에 sena의 지면이 너무나 작고 귀엽다는(?) 것을 느끼게 된 인터뷰. 아쉽지만 그 중에서 청소년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집안 형편이 나빠지면서 시작된 미국 이민 생활. 다니던 초등학교와 친구들에게서 하루아침에 떨어진 꼬마 기범이는 언어도 생김새도 다른 사람들 속에서 그냥 ‘부적응’을 선택했다. 그리고 학교보다는 바깥사람들과 더 어울리며 ‘갱’이라 불리는 무서운 형아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라는 폭력 조직들의 잔혹한 세계에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살던 일상들. 그 생활은 한 조직원의 장례식에서 슬퍼하던 가족의 모습을 보고서야 끊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겨우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가 되고, 결혼을 하고, 음원차트 1위 가수로 잘나가던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마약 투약 혐의’로.
예고도 없이 검찰이 집으로 들이닥친 날, 그는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 일이 있기 4일 전, 아내와 함께 찾아간 교회에서 ‘원죄’에 대한 설교를 듣고 “30년 동안 엉망으로 살았던 저를 이제 하나님이 고쳐주세요”라고 기도한 후 난데없이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기록된 과거의 일들을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조목조목 그의 어리석었던 과거를 확인시켜주시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게 구치소에 있는 동안, 하루는 아내가 찾아와 쪽지를 전해주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 말씀.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희망적이었다.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이런 나도 새로워질 수 있다니! 그리고 며칠 후 결국 구속 판결을 받고 구치소로 들어가던 날, 복도 한 구석에 꽂혀있던 <생명의삶>이라는 큐티책을 집어 아무 곳이나 펼쳤는데, 그곳에 작은 그림과 함께 말씀 한 구절이 적혀 있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 그때 확신했다. 모든 것은 그때 했던 기도의 응답이라는 걸. 그는 그 흐름에 그냥 다 맡기기로 했다.
재판과 구치소 생활이 끝나고 세상으로 나오면서 그는 기도했다. “하나님, 이곳을 나가면 정말 하나님의 자녀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그렇게 조금씩 그는 노는 물을 바꿔갔다. 여전히 그를 부르는 이름은 범키이지만, ‘하나님’이라는 단어 없이도 하나님의 세계를 표현하는 가수로, 동시에 <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위기 청소년 단체에서 어린 시절 자신과 같은 친구들을 보살피는 멘토 형으로, 출소한 친구들의 자립과 꿈을 돕는 ‘함께장학회’ 대표로, 그리고 날마다 하나님 앞에서 씨름하며 분별하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 권기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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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특별히 청소년 친구들에게 꽂히신 이유가 있을까요?
청소년 시기가 가장 변화할 가능성이 큰 시기잖아요. 저만 해도 십대 때는 워낙 겁이 없고 호기심도 많아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다 흡수했어요. 친한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았고요. 그 시기에 누굴 만나고 무엇을 보고 듣느냐가 정말 중요한 거죠. 하나님을 만난 후 제 히트곡 몇 가지는 부르지 않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저도 갱스터랩을 즐겨들으면서 가수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노랫말처럼 살려고 흉내도 내고 했거든요. 그만큼 노래와 문화가 끼치는 영향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또 무엇보다 아빠가 되니 제 아이에게 떳떳하게 들려줄 노래를 하고 싶어졌어요.
<별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위기청소년들을 만나시면서 어떤 생각을 많이 하세요?
제가 <별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한 지 5년 정도가 됐네요. 그 짧은 사이에 세상도 친구들도 너무 빨리 달라지는 걸 느껴요. 예전에는 문제 가정에서 자라거나 환경에 문제가 있는 친구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다면, 요즘은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이 되기 쉬운 세상이 됐죠. 스마트폰 때문에 쉽게 마약을 사고팔 수 있고, 성매매나 대출도 할 수 있으니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잘못된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거죠.
그런 친구들이 범키 씨의 이야기를 통해서 달라지는 걸 느끼시나요?
저는 그냥 제가 맡은 일을 하고 오는 것이고, 결정은 친구들의 몫이죠.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요. 예수님께서 한 마리의 양을 찾는 데 집중하신 얘기를 해주면서, “내가 한번 만나서 좋은 얘기 해준다고 너희들 인생이 뭐가 바뀌겠니. 그냥 내 얘기를 듣고 단 한 명만이라도 변하면 돼. 선택은 너희들에게 있어. 나도 진짜 죄를 많이 지었지만 내가 어릴 때는 CCTV나 스마트폰 같은 것이 없었으니 잘못을 해도 잡히지 않을 수 있었어.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작은 일이어도 무조건 잡힐 거야. 너희가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그렇게 살면 성인이 되어서도 감옥에 와 있을 거야.”라고요. 그래서인지 가끔씩 유튜브나 SNS에 댓글을 다는 친구들이 있어요. “어디에서 저를 만났었는데 지금은 나와서 정신 차리고 살고 있습니다”하고요.
그 누구보다 인생의 Before와 After를 확실하게 경험하셨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해요. 그런 의미에서 범키 씨의 Before와 After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에베소서 5장 8절 말씀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그리고 고린도후서 5장 17절 말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 두 가지가 제 인생을 말해주는 구절이에요. 이전에 저는 주 안에 거하기 않았기 때문에 ‘어두움’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빛’이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죠. 주 안에만 있으면 누구든, 어떻게 살아왔든 새로워질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자연스럽게 악하고 어두운 과거는 아예 가까이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는 사실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죠. 지금이라도 주 안에 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주 안에 거하려 하는 믿음의 선배와 가족, 신앙이 좋으신 분들 주변에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과 지금, 아예 노는 물이 달라진 거죠.
환경을 바꾸고 절제한다는 게, 대중가요를 하는 가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물론 어려운 부분이에요.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이렇게 하면 더 잘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사실 결과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냥 제 짐작인 거죠. 그러니 하나님의 사람은 결과까지 하나님께 다 맡기고 마음을 지켜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아내와 세운 원칙 두 가지가 있어요. ‘주일에는 돈 버는 일은 하지 말자’, ‘술이 메인이 되는 공연은 하지 말자’라고요. 사실 그 원칙을 깨면 돈은 더 벌 수 있겠죠. 하지만 하지 않는 훈련을 할수록 ‘결국 하나님은 나를 굶기시지 않는구나’라는 간증을 하게 돼요. 그걸 경험하면서 저도 성장하는 거죠. 얼마 전에 회사 대표인 라이머 형님이 저에게 “기범아, 요즘 음원 수익이 오히려 늘었어”라고 하시더라구요. 요즘은 가수 활동 스케줄보다 집회나 <별만사> 활동을 더 우선순위로 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사실, 소속사 입장에서는 큰 사건으로 손해를 끼친 가수가 오히려 히트곡도 안 부르고, 클럽 공연도 안 하고, 주일 행사는 아예 잡지도 않겠다고 하니 불편할 수도 있는데, 감사하게도 다 존중해 주셨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 수익이 늘어나는 게 저도 참 놀라워요. 사실, 세대가 흐르면 가수도 잊혀지게 되는데, 오히려 제가 가는 자리마다 이름도 노래도 알려지도록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하나님이시네요! 마지막으로 기사를 볼 청소년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셨어요. 그런데 요즘은 예수님의 가르침인 ‘서로 사랑’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고 해요. 남을 돌보고 함께할 여유를 잃은 채 ‘나’에 대한 집착만 강해지니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고, 삶이 억울해지는 거죠.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을 사랑하다 보면 그 마음과 행동이 결국 스스로를 채우게 될 거다’라는 점이에요. 연예계에도 많은 선행과 봉사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게 남을 돕는 동시에 내가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에 계속하시게 되는 거거든요. 여러분 모두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해요. 가장 가까운 부모님, 친구, 선생님부터 존경하고 존중해 보세요. 그렇게 했을 때 남도, 나도 변하는 걸 경험하게 되고, 훨씬 좋은 세상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