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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찾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찾는다!
실종수사 권위자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이건수 교수 | 2023년 09월호
  • 작년 초, 기자가 애정하는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인상적인 한 분을 보았다. 화려한 여배우, 호기심 자극하는 뇌과학자, 전교 1등과 꼴찌 사이였다는 두 남학생 사이에서 한없이 선한 얼굴을 하고 진지하게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그분의 사연이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에게 붙여진 닉네임은 ‘실종수사 권위자’.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그는 유일하게 붙들 끈, 마지막 희망 그 자체이다. 누군가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3,742건. 경찰이었던 이건수 교수가 2013년까지 찾아낸 실종자들의 숫자이다. 이 숫자로 그는 세계 최고의 기록인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기록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찾아내야 할 실종자가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17년까지 무려 5,600건 이상의 실종자를 찾아내고 경찰직을 은퇴한 뒤 이제는 교수가 되었어도, 그는 여전히 실종 가족을 찾는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오늘도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어린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처럼 그는 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셨을 때, 열 집 건너 한 집이 이산가족이라고 하셨는데요.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 실종자가 많은가요?

    많죠. 제가 경찰직을 은퇴할 시점인 2017년까지 확인한 바에 의하면, 10년 이상 생활 반응이 없는 사람이 5천 3백 명 가량 돼요. 생활 반응이 없다는 건, 은행거래가 없고, 밥을 사 먹거나 차를 빌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거나 하는 기록 자체가 없는 걸 말해요. 그런 사람이 5년 전까지만 해도 무려 5천 3백 명이나 있었다는 거예요. 지금은 더 많아졌겠죠. 1년에 신고되는 실종 건수가 1만 1천 명 정도 되는데, 대체로 가출한 청소년이거나 길을 잃은 경우, 혹은 부모와 연락이 갑자기 두절된 경우 등이에요. 그중에는 성인들도 꽤 있어요. 성인이 실종된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거든요. 성인 실종 이면에는 죽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실종아동법만 있지 성인에 대해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고, 성인의 경우 사라지면 우선 가출로 보기 때문에 경찰이 위치 추적이나 수색에 나서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그래서 ‘실종아동법’에서 나이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무려 85년 만에 가족을 찾으신 분의 이야기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 의뢰인은 6살 때 강원도 주문진에 있는 한 여관으로 보내져서 여관 주인집의 아이를 돌보면서 지냈다고 해요.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겠어요. 해가 지면 밤마다 부모님이 보고 싶으니 매일 울곤 했대요. 그 즈음 주문진에 오징어잡이 배가 많이 들어왔는데, 하루는 그 여관에서 머물던 한 뱃사람이 “울지 말고, 나랑 함께 가면 돈도 벌고 편하게 살 수 있어”라고 하기에 의뢰인은 중국으로 가게 됐고, 거기서 결혼하고 자녀도 낳고 사셨죠.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데 어느 날, 한국에서 온 한 사람이 의뢰인이 주문진에서 왔다는 소리를 듣고는 “어떤 사람이 딸을 애타게 찾았는데 그게 당신 같다”고 하더래요. 마침 그분의 남편도 “사실 너희 부모에게서 편지가 왔었다”는 말을 죽기 직전에야 하셨다 하고요. 그래서 의뢰인은 80대 후반이 되어서야 딸들과 함께 부모님을 찾기 시작한 거예요. 그분께 의뢰를 받고 제가 주문진 구석구석을 5년 동안 샅샅이 뒤졌어요. 지금도 주문진 지리가 머릿속에 훤할 정도로요. 수도 없이 그곳을 다니면서 환경조사분석기법을 활용해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압축하고 압축한 후에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맞는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강원도 춘천에 살던 여동생을 찾은 거지요. 그때 93세가 된 의뢰인은 한국으로 들어오기가 힘드셔서 화상통화로 만나게 해드렸는데요. 그렇게 평생의 한을 풀고 3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정말 믿기지 않네요. 그런 경우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서 단서도 거의 없을 텐데요. 

    제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이 있어요.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꾸준하게 추적하다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일 때가 있어요. 무작정 현장을 찾아가서 보고 또 보고, 찾고 또 찾는 거지요. 산골 마을, 기도원, 염전, 폐가 등 안 가 본 곳이 없어요. 동명이인 3천 명, 5천 명에게 무작정 썼던 편지가 이제 18만 통이 훌쩍 넘었고요. 딱히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무작정 몸으로 부딪치고 발로 뛰는 거죠. 그러다 보면 기적처럼 단서가 나와요. 지난주에도 엄마를 찾는 의뢰인이 계셔서 무작정 대전에서 열린다는 반짝 시장으로 새벽같이 가서 전단지를 뿌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물어 단서를 찾아다녔어요. 그냥 전단지만 드리면 보지 않으시니 물건도 사드렸죠. 그랬더니 집에 돌아올 때는 손에 나물이 한가득 있더라고요(웃음).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지치지 않고 이 일을 하실 수 있는 걸까요?

    2005년이었나?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의뢰를 받고 5년 정도 찾아 헤맸는데 도저히 실마리가 나오지 않아서 포기하자고, 못 찾겠다고 처음으로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 어머니가 울면서 그러셨어요. “형사님, 내가 살아 있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습니까. 형사님 같으면 포기가 되시겠습니까?”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죄송하다고 사과했어요. 저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잖아요. 아마 아이가 없어지면 저라도 생업을 접고 끝까지 찾아다닐 거예요. 자식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직장을 다니고 일상생활을 하겠어요. 가족 중 누군가가 실종이 되면, 가족의 시간은 그때 모두 멈춰버려요. 그걸 알기 때문에 그 후로는 못찾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결국 그분은 다른 집에 입양되어 부산에서 살고 있던 아들을 찾으셨다고 한다.)

     

    교수님은 잃어버린 한 영혼을 찾으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님께서 이 일을 교수님께 왜 맡기셨을까요?

    저는 예수님이 아니면 이 일을 안 했어요.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경찰을 선택했지만, 경찰이 되어서는 그저 ‘성공’이 목표였거든요. 열심히 공부해서 승진 시험을 보고 빨리 계급장을 달고만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실종자를 찾는 일을 담당하게 됐는데,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얼마 후 편하고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일을 제안받으니 귀가 솔깃하더라고요. 그렇게 부서 이동 결정을 한 날, 원래 머리만 대면 깊은 잠을 자던 저인데 새벽까지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너무 괴로우니 기도가 절로 나왔죠. 그런데 그 순간 실종자 가족들이 막 우는 모습이 정말 생생하게 눈앞에 떠오르지 뭐예요! 그제야 잠을 못 이루던 이유를 알게 됐죠.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부서 이동을 취소했어요. 승진을 위해 공부하던 책들도 다 버리고요. 그때부터 모든 목표, 모든 계획을 접고 실종자 수사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죠. 하나님께서 분명히 보여주신 사명이니까요. 사실 저도 궁금해요. 저는 인품이 부족하고 성질도 못났어요. 애들에게도 빵점 아빠이고요. 그런 저에게 왜 이 일을 맡기셨는지 천국에 가면 하나님께 묻고 싶어요.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교수님의 인생을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싶으세요?

    ‘축복’과 ‘은혜’라고 말하고 싶어요. 실종자를 찾다 보면 컴컴하고 막막한 현장에서 방향도 잡히지 않을 때, 도우시는 주님의 은혜를 느낄 때가 많아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렇게 제 인생을, 삶의 순간들을 돌아볼수록 너무 신기해요. 어릴 때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너무 가난하니 늘 밥을 굶고, 하도 빨지 않아서 광이 나는 옷을 입고 다녔고, 신발도 주워서 신고, 머리 감는 것은 생각도 못하던 삶을 살았던 게 바로 저예요. 그런 저를 하나님께서 누군가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죠. 단순하게 주님이 주신 사명이니까 최선을 다해 붙잡고 살다 보니 박사학위도 받고, 대학교수도 되고, 방송에도 나오는 사람이 되었고요. 저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께서 쓰신다고요. 하나님께서 저처럼 부족하고 못난 사람도 쓰시는데, 여러분은 더 소중하게 쓰시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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