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워십’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게임방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카트라이더, 모두의 마블, 거기에 BTS의 다이너마이트까지 거침없이 찬양과 믹스해버리는 그들의 과감함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 그럴듯한데?’, ‘창의력 대단하네’, ‘근데 이거 괜찮은 건가?’ 그래서 조금 더 살펴보았다. 반전스럽게도 그들의 찬양에는 게임방 시리즈와는 다른 깊이가 공존했다. 이어서 댓글을 보았다. 그런데 이건 뭐지? 댓글 대부분이 외국어인 것이, 흡사 글로벌 아이돌 가수의 댓글창인 듯했다. 아무래도 이 신기한 팀을 직접 만나봐야겠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와~ 예람워십을 만나게 되다니요! 오늘 시작 이야기부터 지금 이야기까지 모조리 들려주세요.
김민찬 저희는 어떻게 보면 벼랑 끝에서 만들어진 찬양팀이에요. 동래중앙교회는 청년들만의 문화로 교회를 세워가도록 청년교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예람워십은 그 청년교회의 찬양팀인데요. 왜 벼랑 끝이라고 표현했느냐 하면요. 2018년에 청년교회 겨울 수련회를 100명 정도 모인 가운데 잘 마쳤어요. 그런데 수련회 후에 갑자기 10명이 넘던 찬양팀 멤버가 찬양인도자와 싱어 둘만 남게 된 거예요. 다들 군대로, 해외로, 학교나 직장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는 합당한 이유들 때문이었죠. 게다가 하필이면 인도자는 성대결절이 왔고, 싱어 자매는 피아노를 칠 줄은 알지만 절대 싫다고 거부하던 중이었어요. 정말 절벽 같은 상황이었죠. 그때 지도목사님이신 전혁 목사님께서 “낙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라고 계속 소망을 주셨어요. 얼마 후, 외국의 한 밴드 영상을 보여주시며 악기 하나로 드럼, 베이스 등 여러 악기 소리를 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더니, 덜컥 그 악기를 주문하셨어요. 그 악기 하나로 지금의 예람워십이 시작된 거예요.
악기가 있다고 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배우기도 해야 하고….
남재선 사실 제가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입시 때 예고에 들어가려고 6개월 동안 속성으로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거든요. 어떻게 합격은 했지만 막상 입학하니 클래식 수업 위주라 흥미도 생기지 않고,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일반 학교로 전학을 간 아픈 기억이 있어요. 그때 상처로 ‘피아노는 죽어도 안 쳐!’라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찬양팀에서도 싱어를 맡고 있었는데, 인도자와 저 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니 할 수 없이 피아노를 칠 수밖에 없지 뭐예요. 게다가 새로운 악기라니…. 어쩔 수 없이 목사님께 배우고, 유튜브를 찾아가며 기초부터 공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게 알면 알수록 재밌더라고요. 예전에 예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을 이제서, 이렇게 얼결에 시도해 보게 된 거예요. 하나님께서 그때 6개월 동안 속성으로나마 피아노를 배우게 하신 이유가 다 있었구나 싶었죠.
역시 의미 없는 순간은 없네요. 그래도 두 사람만으로는 힘들지 않았나요?
박혜진 그렇죠. 사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며 하나님께 물었지만, 나중에는 ‘뭐라도 해 봐야겠다’ 싶어서 목사님을 찾아갔어요. “옛날에는 북 하나로만 찬양했다던데, 둘이서 뭐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면서요. 기도하고 공부하면서 찬양팀을 살려보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요. 4개월 정도 되었을 때인가 한두 명씩 멤버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짠해 보여서가 아니라, 정말 예배를 사모하면서 모인 친구들이었죠.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찬양팀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오래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선뜻 참여하기 망설이는 청년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찬양팀을 아예 열린 모임으로 만들었어요. 예람워십은 고정 멤버 없이 청년 모두가 함께하는 모임이니, 누구든지 상황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예배 봉사자가 아닌 예배자가 되게 하는 거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규모가 커지고 유명세를 탈수록 모습도 음악도 변하기 마련인데, 첫 마음을 잘 지켜나가고 계신 것 같아요.
박혜진 은혜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어요. 사실, 저희 멤버들 중에 전문가는 한 명도 없어요. 피아노도 보컬도, 심지어 엔지니어도, 작사 총괄까지도 누구 하나 자기 분야를 조금이라도 해 봤거나 아는 것이 전혀 없죠. 어쩌면 그런 점이 우리를 겸손하게, 또 하나가 되게 하는 것 같아요. 정확한 지식도, 자기 확신도 없기 때문에 저희는 문제가 생기면 다 함께 답을 찾는데요. 함께 기도하고 찾아보고 토론하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정말 거센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나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나가고, 예배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면서 모임의 순수성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찬양팀이 되는 것도 좋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은 복음이라는 목적 아래서 모두가 하나 되는 모습이 아닐까요?
멋지네요.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예상치 못했던 여정을 계속 열어주고 계신데,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박지영 저는 ‘주님의 시선’을 촬영할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때가 첫 자작곡 촬영이었거든요. ‘과연 우리가 만든 노래로 사람들이 고백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예배가 시작되고 청년들이 그 찬양으로 각자의 하나님께 고백하는 모습을 제 눈으로 보는데, 정말 놀라웠고 큰 은혜가 되어서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허다은 지금 저희 찬양이 찬양팀 영상 중 최다 외국어로 번역되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신곡이 발매될 때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언어도 자막에 담아주세요’라고 요청하시면서 가사를 번역해서 보내주곤 하세요. 저희의 유일한 목적이 오직 복음을 전하는 건데, 너무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알지도 못했던 나라에까지 우리 찬양을 통해 복음이 고백되도록 응답하고 계시는구나’ 라는 생각을 해요.
정말 예람워십의 유튜브 댓글만 봐도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의 댓글이 풍년이더라고요. 그런데 ‘예람워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게임방 시리즈’잖아요?!
허다은 저희들이 거의 교회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는데, 언젠가 친구들이 교회에 잘 나오지 않아서 전화를 했더니 “게임방이에요” 하더라고요. 교회보다 게임이 더 재밌다고 하는데, 그 말에 교회도 재밌는 곳이라고 말해줄 수가 없었어요. 그런 고민을 목사님과 함께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일상생활 중에도, 심지어 게임방에서 게임을 하다가도 교회를 떠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게임 BGM을 들을 때마다 교회와 찬양이 연상되게 하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그런데, 사실 처음 유튜브에 찬양을 올렸을 때는 엄청난 일들이 많았어요.
남재선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사람들이 찬양 영상에 댓글로 편을 갈라 싸우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응원해 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한편으로는 ‘사탄의 노래다’, ‘마귀의 소란이다’, ‘뜨려고 한다’라는 자극적인 댓글까지 있었으니까요.
김민찬 댓글이 싸움으로 번지고 과열되는 것이 속상해 결국 영상을 내렸는데요. 코로나로 예배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다음세대를 위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그 영상을 기억하시고 문의를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많은 고민과 토론 끝에 다시 올리기로 마음먹었죠. 그러면서 저희들의 진정성을 담아서 글도 함께 올렸는데, 감사하게도 지금은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고 계세요.
코로나로 다음세대를 잃게 될 기로에서, 한 영혼이라도 부르시려고 주신 지혜가 아닐까요? 아쉽지만 마지막 질문이에요. 예람워십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박지영 ‘대반전의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이에요. 사실 저희는 기획하거나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런데 예람워십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손으로 꽉 붙들고 계시는구나’를 느껴요. 그분은 ‘엄청난 반전을 예비하시고, 그 날이 될 때까지 우리를 훈련하시는 하나님’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