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즈음, ‘헌이의 일상’이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알던 크리스천 채널과는 무언가 다른, 기독교 채널 같기도 하면서 또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채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채널 영상 속 아이돌 포스가 좔좔 흐르는 잘생긴 주인공은 초등학생 때부터 목회자이신 아버지를 보며 목회의 꿈을 키우던 신학생이었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일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직접 만나보았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영상으로만 보던 전도사님을 드디어 만나게 되네요. 이미지만 보면 아이돌 지망생이었을 것 같은데, 전도사님은 청소년기에 어떤 친구였나요?
저는 중학교를 다니지 않았어요. 홈스쿨링을 했거든요. 그러다 혼자 공부하기가 힘들어서 고등학교는 일반학교로 갔는데요. 학교생활을 하지 않은 데다, 목사님이신 아버지가 목회를 잠시 쉬시면서 가정예배만 드리다보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어서 막상 친구들을 만나도 대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결국 공부는 둘째 치고 학교에 적응하느라 2년을 그냥 흘려보냈죠. 그러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괜찮은 척, 안 어색한 척하던 시간을 지나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됐고, 좋은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서 기독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 적응하느라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셨으니 입시도 쉽지 않으셨겠네요.
공부는 뭐... 문제를 겨우 읽고 답은 찍는 수준이랄까요. 내신 5-6등급 정도? 그런데도 욕심이 있어서 뭔가 좋은 학교에는 가고 싶은 거예요. 초등학교 때부터 목사님이 꿈이었지만, 좋은 학교에서 좋은 학문을 배우고 여러 분야를 섭렵한 뒤에 성도들에게 잘 가르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고3이 되어서야 정신 차리고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신기하게도, 하니까 되더라고요. 바닥이었던 성적이 1-2등급까지 올라가는 거 있죠. 이대로 조금만 더 하면 더 잘나오겠다 싶어서 재수를 했어요. 1년 내내 밥도 대충 때우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공부만 하면서요. 그때 목표가 ‘연세대’였는데, 모의고사 성적도 곧잘 나왔어요. 그런데 수능날 완전 시험을 망쳐버렸지 뭐예요. 하늘이 무너지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바닥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죠.
그러다 신학교에 가기로 결정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심정이셨어요?
삼수를 하려다 부모님의 설득으로 총신대학교에 입학했는데요. 솔직히 싫었어요. 저희 형이 총신대학교 교회음악과에 다니는데요. 제가 막 놀렸거든요. “에이그~ 총신대라니” 하면서요. 당시에 저는 성적이 잘 나오니 목표 대학을 1그룹, 2그룹으로 서열화했고, 그 리스트에 총신대는 아예 없었으니까요. 그랬더니 형이 “너 그러다 총신대 들어온다”라면서 장난으로 놀렸는데 정말 그렇게 된 거예요. 정말 인정하기 싫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는 내내 ‘이게 연세대 OT여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완전히 깨져서 왔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2박 3일 내내 성경 말씀만 나누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다 하나님에 관한 것뿐이더라고요. 좀 놀랐어요. 교회가 아닌 학교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다니. ‘왠지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신학생이 되었고, 학교를 다닐수록 점점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인지를요. 만약 다른 학교에 갔다면 저는 신앙을 지키지 못했을 거고, 목사님이라는 꿈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대학 생활이 즐길 것도 많고 유혹도 많은데, 일반대학에 다녔다면 제 마음을 지킬 수 없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하나님은 저를 꼼짝 못하게 아예 신학과에 넣으셨나 봐요.
그런데 사실 신학생 같은 이미지는 아니에요. 신학교에서도 튀는 학생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신학과는 보수적인 게 있잖아요. 저처럼 관종끼(?)가 있거나 SNS를 하던 사람도 별로 없어서 학교 사람들이 “교회음악과 학생이세요?” 하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선배들 보기에 날라리로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선입견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아요. 친구들이 오더니 “저 사람들이 네 얘기하더라”, “네 sns 보면서 수군거려”라고 하는데, 좀 스트레스가 됐어요. 내가 왜 모르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나 싶어서요. 그런데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은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교수님들까지도요. 한번은 수업시간에 카메라를 세워놓고 몰래 브이로그를 찍었는데, 교수님이 보시고는 방으로 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학교가 꽤 보수적인 편이라, 혼날 줄 알고 잔뜩 쫄아서 들어갔는데,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너무 좋아하시면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신학과 홈페이지에 제 유튜브 채널 링크까지 걸어주시고, 얼마 전에는 제 책에 추천사도 써주셨죠.
유튜브 채널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이렇게 유명해질 것을 상상도 못하셨겠죠?
전혀요. 제가 유튜브를 처음 접한 게 2018년이에요. 청소년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 걸 알게 됐는데, 들어가 보니 너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만 있어서 그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받을 게 없더라고요. 청소년 사역에 비전이 있는 사람으로서 나름 고민하던 중에, 제 SNS 계정에 간증이나 신앙적인 글을 올릴 때마다 반응하는 분들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브이로그 콘텐츠에 교회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담아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채널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 2개월 만에 전도사 브이로그가 확 뜨면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죠.
그때 저도 영상을 봤는데, 댓글도 어마어마했던 걸로 기억해요.
‘어? 몰랐는데 나 예수님 믿었네’, ‘부처님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크리스천할게요’ 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정말 재밌으면서도 감사했죠. 그게 제가 채널을 시작한 취지였거든요. 애초에 제 타깃은 믿는 분들이 아니었어요. 교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교회에는 다니지만 신앙이 없는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콘텐츠의 형식에 하나님과 복음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었죠. 그런데 구독자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신앙인들에게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이게 무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거냐’, ‘말만 그렇지 결국 너를 나타내고 싶은 거 아니냐’면서요. 그때 정말 채널을 그만 두고 싶었어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그런데 기도할수록 이 방향성이 맞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해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채널 방향성을 설명하는 영상을 올린 후에 다시 마음을 먹고 시작했죠.
아무래도 ‘전도사’라는 이름 때문에 여러 기준들로 평가받게 되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많은 분들이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하시는 걸 저도 잘 알고 있고, 또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세운 기준이, 첫째는 혹시라도 내가 믿고 있는 진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요소가 들어가면 하지 않을 것. 둘째는 진리에 반하지 않더라도 덕이 되지 않는 요소가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에요. 그렇다 보니 채널 초반이라면 당연히 유행을 따라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다양한 구독자들을 고려해서 이 기준 안에서 과감하게 포기한 것들도 많아요. 또 이제는 브이로그 자체가 유행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들을 준비해야 하고요. 하지만 제 채널의 정체성만은 지켜가고 싶어요. 직접적으로 설교나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저와 구독자들이 함께하는 일상 속에 복음을 녹여내는 것이요.
이제 운영하신 지 2년이 됐는데, 스스로 평가한다면 5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어요?
음... 2점이요. 좀 적죠? 사실 영상을 만들수록 늘 아쉬움과 후회가 있어요. 조금 더 잘했더라면,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참 많죠. 그저 이런 영상을 봐주시는 분들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라 영상 자체만 놓고 본다면 1점이 적당한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힘들고 그만 두고 싶은 순간이 많았는데도 계속 유지해온 게 스스로 대견해서 1점을 더 주고 싶어요.
이 채널이 복음을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일을 통해서 하나님은 전도사님을 만져 가시는 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떠세요?
정말 그래요. 요즘 들어 많이 느끼는데요. 채널이 유명해지면서 사역을 할 기회가 참 많아졌어요. ‘이러다 엄청난 사역자가 되겠는데?’, ‘나 좀 멋진데?’ 하면서 들뜬 적도 있죠. 그런데 이제 하나님께서 저를 다듬어 가시는 방법을 좀 알 것 같아요. 제가 조금이라도 교만하거나 하나님 앞에서 발버둥치지 않으면 오히려 길을 열어주시더라고요. 제 능력에 비해 너무나 큰 기회들을요. 그러면 두려운 마음에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최근에도 그랬어요. 어느 집회에서 설교를 했는데 괜히 마음이 무겁고 공허한 거예요. 그런데 다음 날도 집회가 있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운전하며 가는 내내 기도했죠. ‘저는 정말 능력이 없으니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설교를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려 하기보다, 오늘 이 영혼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회복되는 일에 도구로 서게 해주세요’ 라고요. 순간 마음에 기쁨이 가득 차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하나님이 없으면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구나. 나는 죽어야 되는구나.’ 하나님이 그렇게 여러 기회들을 통해 저를 보게 하시고 다듬어 가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최진헌의 정체성은 ‘전도사’인가요, ‘유튜버’인가요, ‘신학생’, 아니면 ‘그냥 20대’. 어디에 가까울까요?
항상 이야기하지만, 제 정체성은 ‘그리스도인’이에요. 하나님을 믿고, 새생명을 얻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끊임없이 닮아가는 그리스도인이요. 전도사든, 학생이든, 유튜버든, 인플루언서든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예수님을 닮아가고 드러내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멋진 고백이네요. 마지막으로 인생의 선배로서 청소년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우리는 세상에 물드는 게 아니라 물들이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자신 있다고 무턱대고 들이대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쫄아서 무기력해져도 안돼요. 하지만 그것이 정말 어렵고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을 의지해야만 하죠. 그래서 하나님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철저하게 아는 것이 먼저예요. 그리고 여러분이 지금 그 학교, 그 관계, 그 가정에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부르심의 자리죠. 그곳에서 나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다 보면 분명 하나님을 전하는 나의 사명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이 세대에 맞게 그리스도인으로서 감당할 지혜도 주실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