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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소함과 꾸준함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feat. 명함이 5개인 남자)
교도관, 작곡가, 유튜버, 작가, 블로거 김연진 | 2020년 09월호
  • 교도관, 어린이 찬양 작곡가, 유튜버, 작가, 블로거. 교집합이라고는 없는 것 같은 그 중심에 그가 있다. 모든 것이 다 복음을 위한 일이고, 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버릴 수도, 또 새로 시작할 수도 있다는 그의 눈이 열정으로 빛났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오늘의 국수-‘웬 국수?’라고 한다면, 기사를 쭉 보시라-를 뽑고 있는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된다”라고 그의 삶이 외치고 있었다.

     

    취재│김지혜 기자 · 사진│정화영 기자 

     

     

    Q. 교도관에, 어린이 찬양 작곡가에, 유튜버에, 작가에, 블로거에. 한 가지만 하기에도 어려운 세상에서 ‘멀티’가 따로 없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이게 진짜 한 사람의 일상이 맞나요?

    모든 것이 서로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은 하나의 수단일 뿐, 결국은 한 가지예요. 저는 제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것을 다양한 모습으로 꾸준히, 끊임없이 표현하는 것이고요.

     

    Q.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요. 먼저, 교도관에 대한 이야기예요. 지금은 벌써 10년차 교도관이지만, 원래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계셨다고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미술을 공부했고,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무난하게 대학생활을 했고 관련 분야로 취업해 나름 만족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초등학생 때부터 교회를 꾸준히 다닌 ‘무난한 신자’였던 저는 그즈음, 그러니까 20대 중후반이 돼서야 하나님을 깊이 만났어요. 그리고 ‘한 번뿐인 내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됐죠. 저만을 위해 사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모두가 목사나 선교사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요. ‘가장 낮은 자들을 위해 사는 것이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떠오른 이들이 수용자들이었어요. 마침 아시아 유일의 기독교 교도소인 소망교도소가 개청을 앞두고 있었고, 그때부터 오직 소망교도소에 가기 위해 준비했죠. 단순히 교도관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요.

     

    Q.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어린이 찬양 작곡가가 됐는지도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찬양을 만들어서 흥얼거리는 취미(?)가 있었는데요. 어쩌다 예배 때 제 자작곡으로 특송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걸 담임목사님께서 들으시고는 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곡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바로 순종했죠. 그때부터 해마다 열리는 여름 수련회 주제에 맞게 일 년에 서너 곡씩 만들었으니 지금까지 50~60곡은 만든 셈이네요. 저희 교회로 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여름 수련회 세미나를 들으러 왔던 교회들에서 지금도 이 곡들이 불리고 있다니 참 감사하죠. 부족한 곡이지만 함께 공유하고자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고요.

     

    Q. <찬만빠(찬양 만드는 아빠)> 채널이 그렇게 탄생했군요! 채널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청년들에게 하는 진심 어린 조언들이 참 많이 와닿았어요.

    저도 좌충우돌하고 고민 많고 실수하던 그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늘 있어요. 물론, 유튜브에는 저보다 훨씬 더 잘 말씀해주실 수 있는 목사님이나 전도사님이 많이 계시지만, 제게는 또 저만의 은혜와 감성이 있으니까요. 그것을 청년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호흡하다 보니, 오프라인으로도 만나게 되고 소통의 장도 열리게 되고 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모임을 가졌고요. 성경읽기, 성경필사, 성경암송 커뮤니티도 만들어줬어요. 이 친구들과 MT도 다녀왔고요. 저는 여기서 설교를 하거나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지는 않아요. <찬만빠>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 친구들이 이 안에서 주도적으로 소통하는 장을 열어줬을 뿐이에요. 내 교회 사람들을 넘어 다양한 교회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색깔이 만들어지고 이는 또 각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거라 믿어요.

     

    Q. 이외에도 블로그에 매일 글 한 편씩 올리고 계시고, 최근에는 <둔한 머리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라는 책도 쓰셨죠. 가정도 있으시고요. 몸은 하나고,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인데 어떻게 이 모든 일을 할 수가 있죠?

    그래서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매일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해두고 계속 체크하는 거예요. ‘이거 다 하기 전에는 안 자!’ 이런 마음으로 하루를 임하면, 바쁜 중에도 어떻게든 할 시간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제게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가정이 1순위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눈뜨고 있을 때에는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해요. 또 출근도 해야 하죠. 그러니 아이들이 자고 있는 시간대와 출퇴근 시간, 자투리 시간을 부지런히 활용해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에 출근하기 전까지 말씀도 읽고 책도 보고 글도 써요. 출퇴근하는 시간에는 말씀을 듣고 암송하고 15분짜리 짧은 강의를 들어요. 이렇게 시간을 잘게 쪼개서 쓰는 거죠. 이렇게 하면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계획적으로 쓸 수 있어요.

     

    Q. 하루를 이렇게 꽉꽉 채워서 살면 분명 힘들 텐데, 그렇게 사시는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제가 하는 모든 것은 다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내가 원하는 그물’이 아니라, ‘예수님이 내 손에 쥐어주신 그물’을 던지며 사람을 낚는 어부로, 복음을 전하며 사는 것이 크리스천의 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열심히 살아야지요. 또 열심히 살되,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그 자리에 있어야죠. 저는 다시 태어나도 소망교도소에 오고 싶을 만큼 여기 일이 좋지만 하나님께서 당장 그만두라 하시면 언제든 그만둘 거예요. 제게는 교도관 일 자체가 매력이 아니니까요. 그저 제가 필요한 자리에 가서 하나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반죽으로 마치 국수를 뽑아내듯이 복음을 뽑아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열심히 반죽을 빚습니다(하하).

     

    Q. 선생님께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기에 이토록 열정을 다하게 되셨나요?

    하나님은 저를 인도하시고 만들어 가시는 분이에요. 의상디자인과를 나온 제가 교도관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작곡가가 되고 유튜버가 되어 청년들에게 멘토링을 하고 책을 쓸 것도 저는 상상조차 못했어요. 저는 그저 하나님께서 툭툭 치실 때 그 방향으로 움직였을 뿐인데 말이죠. 분명한 것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막말로 열등감 충만한 찌질이(?)였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를 곱씹어보면, 이유는 단 하나예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는 것.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하나님을 꽉 붙들 수밖에요. 하나님을 꽉 붙들고 그저 끌고 가시는 대로 이끌려 가다 보니 제가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상상도 못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하나님께서 약한 사람을 쓰신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요.

     

    Q.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가는데도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로 부르셨고 이곳이 내 사명의 자리라는 것이 확실하면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진짜 힘든 것은 ‘불확실성’이잖아요. 오늘도 한 청년에게 고민상담 메일을 받고 답을 해주고 오는 길인데, 모든 청년들이 그런 고민들을 하는 것 같아요. ‘이 직장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직장일까. 현실은 돈도 안되고 부조리도 많은데’, 혹은, ‘지금 만나는 이 사람이 정말 하나님께서 주신 배우자일까. 오늘도 이 사람이랑 대판 싸웠는데’와 같은 고민들 말이죠. 하지만, 하나님께서 명확하게 음성으로 여기가 맞다고 말씀하셨다면 어떨 것 같아요? 힘들어도 견디죠. 힘들어도 그 길을 가요. 크리스천의 ‘존버(?) 정신’은 여기서 나오는 거예요. 저는 일단 응답받고 하게 된 일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가요. 모든 것을 견딜힘은 하나님께서 주신 곳이 맞다는 그 믿음에서 나오죠.

     

    Q. 마지막으로 sena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이 말은 제가 블로그 대문에 써놓은 말이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포텐(?)이 터지게 돼 있어요. 예를 들면, 성경을 매일 한 절씩 외운다고 해요. 그런 지 일주일 됐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그것을 10년, 20년을 했다면, 어떤가요? 절로 탄성이 나오죠. 좋아하는 분야, 혹은 원하는 공부가 있다면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언젠가 그 꾸준함은 반드시 빛을 발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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