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JC(Jesus Christ)가 붙은 병원, 병원 홈페이지와 각종 sns에 당당히 하나님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병원, 수술실에서조차 믿든 안 믿든 기도부터 해주는 병원, 매년 해외만 3회, 많을 때는 10회 이상 의료선교를 떠나는 병원,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안과 선교의 허브가 되기를 꿈꾸는 병원이 여기 있다. 최경배 원장의 꿈이 오롯이 담긴 인큐베이터 JC빛소망안과는 오늘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힘찬 전진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최경배 원장이 있다.
취재│김지혜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 사진제공│JC빛소망안과
얼떨결에 따라간 의료선교, 사명이 되다
1999년, 스승님을 따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첫 선교를 갔습니다. 그곳은 마치 우리나라 먼 과거의 한 자락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그곳의 평균 수명은 50세가 채 안 됐고, 신발도 신지 않은 아이들이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를 업고 동냥을 다녔습니다. 내전을 치른 터라 외상으로 인한 백내장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정신없이 환자를 돌보던 중 한 할머니께서 수술을 받고 난 후에 간증하시는 것을 한 선교사님의 통역을 통해 듣는데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성경도 모르는 분의 입에서 요한복음 1장 8절의 고백이 술술 나오는 겁니다.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은 분명 빛의 하나님이시고 당신들은 그 빛을 이 세상에 전하러 왔다”는 그분의 고백이 순간 저의 사명으로 뜨겁게 들어찼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의료선교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의 큰 그림 속에서
방글라데시 다카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마지막 3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바깥이 시끄럽더군요. 나가봤더니 어떤 집사님이 이분은 꼭 수술해야 한다는 겁니다. 65세쯤 되신 할아버지셨는데 이분이 3일 내내 찾아왔지만 동공이 확대되지 않아 수술이 힘들었다 하더군요. 동공을 기구로 억지로 열어서 힘든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감사하게도 이분은 시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큰 그림이 있었습니다! 한 선교사님이 어떤 부족을 선교하러 갔는데, 이분이 그 부족의 족장이셨습니다. 이분이 손주를 봤는데 목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눈이 침침해서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워 자기 눈을 밝혀주면 온 부족이 예수를 믿게 하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선교사님이 5년 내내 기도했는데도 족장의 눈이 그대로라 마음이 답답하던 차에 제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던 겁니다. 한 부족을 구원하시려 저를 보내신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 앞에서 감격할 수밖에요.
기도는 생활이다
저는 모든 수술에 앞서 환자 분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합니다. (위생장갑을 낀 상태라 다른 곳을 만질 수는 없고 손을 둘 곳이 머리밖에 없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삼만 오천 케이스를 수술했으니 삼만 오천 번의 기도를 드린 셈이죠. 크리스천은 물론, 타 종교인이나 무교인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기독교에 배타적인 선교지에서도 그럽니다. 아무래도 수술 전에는 잔뜩 긴장이 돼서 그런지 기도하면 오히려 편안해 하고 얼떨결에 다들 “아멘” 하십니다. 한번은 네팔에서 여기에 대해 항의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말씀드렸죠. “저는 수술할 때마다 기도합니다. 이것은 종교행위가 아니라 제 생활입니다.” 그렇게 힌두 국가에서도 기도로 수술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암만 경험이 많아도 기도하지 않고는 수술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신조입니다.
도전은 아름다워
저는 올해 만 나이로 육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외국 저널을 꾸준히 받아보며 수술법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습니다. 고민하고 연구해서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것이 의사의 제1덕목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쉰이 넘어서 느지막이 망막 수술을 공부하고, 오십대 중반에 각막 이식을 공부한 것은 특별히 의료선교 현장에서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선교지에는 눈 질환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서 실명한 사람들이 망막 수술, 혹은 각막 이식으로 시력을 되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출퇴근하며 대학 교수이신 선배 밑에서 1년을 배우다가 한국에는 해당 사례가 별로 없어 빨리 늘지를 않아 세계 3위로 손꼽히는 인도 아폴로병원에서 집중코스로 각막이식을 연수받았습니다. 망막 수술도 늦은 나이에 연수를 받았고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두렵지만, 더욱 많은 이들에게 빛을 전하는 통로로 쓰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도전은 늘 옳습니다.
최고의 것을 하나님께!
처음 병원을 개원하고 첫 달의 수입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당시 빚도 상당히 졌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 했지만, 일 푼도 빠뜨리지 않고 모조리 다 드렸습니다. 삼십 배, 육십 배, 백배로 갚아주실 하나님을 믿었고, 또 첫 열매를 사랑하는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제 믿음과 사랑의 표현인 것입니다. 물론 당장은 적자로 허덕였지만, 놀랍게도 그 해에 이상 기후로 인해 대대적인 눈병이 돌았고 모든 적자가 넘치게 채워지는 기적을 맛보았습니다. 그 후로 제 최고의 것을 드리는 것에 더욱 담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선교를 위해 새로운 의술을 연수받고 드는 비용을 자비량으로 충당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선교지에서 하루에 53명을 수술하다 순간적으로 눈이 안 보이게 된 적도 있었지만, ‘수술하다 죽으면 선교’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는 내년에 또 하나의 소중한 것을 하나님께 드리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평신도 의료선교사로 파송되어 인생의 한 마디를 하나님께 드릴 것입니다. 어느 지역으로 갈지는 기도 중에 있습니다.
기독교계의 ‘오사마 빈 라덴’들이 필요하다
물론 오사마 빈 라덴이 취한 방법과 폭력성에는 반대합니다. 그러나 석유 재벌이었던 그 사람은 자기가 가진 모든 재산을 다 털어 자신의 종교와 신념을 위해 내놓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총을 들고 진두지휘해 싸웠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진짜인데, 우리 기독교 안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금전적으로, 더 나아가 자신의 몸 전체로 헌신할 수 있는 크리스천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돈을 벌어도 하나님을 위해서 벌고, 공부를 하더라도 하나님을 위해서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쌓고, 무엇을 하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하는 것이죠. 저는 찬송가 505장 3절을 좋아하지 않는데, “먼 곳에 나가서 전하지 못해도 나 어느 곳에 있든지 늘 기도 힘쓰리”라는 구절입니다. 물론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고 누구에게나 하지 못할 사정은 있습니다. 육신이 불편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도만 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겁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비전을 품고 전력을 다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먼 훗날 다시 오실 예수님을 만났을 때 잘했다 칭찬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