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사과가 맛있는 이유

prologue 2025년 10월호 못난이사과가 맛있는 이유 글 서진아

서너 해 전으로 기억합니다. 그해 가을엔 유난히 낙과가 많아 사과 값이 ‘금값’에 비견될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빨리 찾아온 봄이었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화두가 되는 지구온난화가 주범이었죠. 사과는 4월 중순에 꽃이 피고 6월에 열매를 맺어야 하는데, 이상기후로 4월 초순에 꽃이 피어 버리면 꽃샘추위에 꽃이 얼어 열매 맺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착과율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 우박 피해까지 겹쳤습니다. 우박이 5분만 내려도 사과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데, 아기 주먹만 한 우박이 사과를 때리면 낙과가 되거나, 상처가 남아 수확하더라도 상품 가치를 잃게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자 멀쩡한 사과는 ‘금사과’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해 처음으로 농가 돕기 캠페인 차원에서 마트에 ‘못난이사과’가 등장했습니다. 다른 과일을 먹어도 될 텐데, 왜 그런 상황에 처하면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는 걸까요? 결국 멀쩡한 사과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피해 농가를 돕는 마음으로 못난이사과 한 봉지를 들고 왔습니다.

 

인생에도 낙과의 시절이 있습니다. 누구나 삶에서 몇 차례 낙과의 상황을 겪기도 하고, 낙과인 채로 삶을 시작하기도 하며, 삶 자체가 통째로 낙과인 경우도 있습니다. 사사기에 등장하는 에훗은 당시 장애인과 같은 취급을 받던 왼손잡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께서 세운 공동체를 위해 명예와 지위,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었기에, 하나님은 그의 영적 리더십을 발견하시고 기꺼이 그의 오른손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후 에훗은 이스라엘의 제2대 사사로 세워져 80년 동안 나라를 평안하게 다스렸습니다.

 

사람의 판단으로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인생들이 하나님 손에 이끌리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이번 호 「빛과소금」에 그중 아주 작은 일부만을 소개합니다. 가난하고 병약하며, 외모도 능력도 볼품없다고 낙심하는 이들이 있나요? 사람들은 못 쓴다 말하지만, 하나님은 바로 그것을 쓰십니다. 수확의 계절, 땅에 떨어진 낙과 같은 우리를 거두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더위도, 우박도 끝내 견뎌 내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때 사 온 사과의 맛이 어땠냐고요? 지금도 마트에서 잘생긴 사과와 못난 사과가 함께 있으면 주저 없이 못난이를 고릅니다. 맛은 다르지 않지만, 먹는 내내 한 알 한 알이 소중하다 여깁니다. 별스런 기후를 견디고, 우박의 공격을 이겨내 우리에게 와 주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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