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이 가져다주는 기쁨

prologue 2025년 09월호 역설이 가져다주는 기쁨 글 서진아

세상은 우리에게 앞으로만 걸으라고 합니다. 그것도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옆길로 걸어가려고 하면 “왜 옆길로 새냐”며 참견하고, 숨에 겨워 멈춰 쉬려 하면 “앞길 막지 말라”고 재촉합니다. 눈치가 보여서, 때론 뒤쳐질까 두려워서 떠밀리듯 앞으로 앞으로 걸어갑니다. 그러나 주의 길을 따르기로 한 우리는 신앙의 길 위에서 자주 걸음을 돌려야 합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앞으로’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 대척점을 향해 ‘거꾸로’ 걸어야 할 순간이 찾아옵니다. 높아지려면 낮아지고, 얻고자 하면 버리고, 살기 위해 죽는 길. 그렇습니다. ‘신앙은 역설’입니다. 나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을 헤치며 걷는 그 길이 쉬울 리 만무합니다. 

 

성경은 이 역설의 길을 수없이 보여 줍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버림받아 모든 사람을 품으셨고, 패배처럼 보이는 죽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으셨습니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것,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위해 아흔아홉 마리를 두고 나아가는 것, 이것이 힘겨워도 거부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거짓과 편법을 물리치고 좁고 험한 길을 택한 사람, 세상의 성공 기준이 아닌 복음의 원칙을 붙들고 묵묵히 한 영혼을 섬기는 사람, 내려놓음 속에서 오히려 채움을 경험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봅니다.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세상과 다른 보법으로 걷는 이들을 통해, 때론 멈추고, 돌아서며, 역설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랍니다. 그 길에서 우리는 패배 속에 숨겨진 승리를, 잃음 속에 심겨진 풍성함을, 죽음 너머에 준비된 참된 생명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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