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건네는 말

prologue 2025년 03월호 초록이 건네는 말 글 서진아

얼어붙은 땅을 찢고 나온 손톱만 한 ‘초록’의 힘은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요. 머지않아 대자연에 펼쳐질 푸른 잎과 붉은 꽃의 축제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작은 초록을 보고 우리는 봄이 다가왔음을 알아차립니다. 매섭게 추운 겨울 기세에 차마 봄을 입 밖에 꺼낼 엄두조차 못 내는 우리에게 초록은 말을 겁니다. 곧 봄이 올 거라고. 당신의 인생에도 꽃이 피고 풀이 무성히 자라는 때가 올 거라고.

 

그 작은 초록은 자랍니다. 무럭무럭 자라나 더 짙은 초록빛을 내뿜는 나무가 되지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국립공원에 있는 레드우드(미국삼나무)입니다. 백 미터가 훌쩍 넘는 이 나무들은 우러러봐도 나무 꼭대기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나무도 처음에는 작은 초록에서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큰 나무가 되어 다른 이의 우러름을 받고 싶겠지만, 모두 백 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초록은 우리에게 약속합니다. 지금은 무르고 약하지만 꺾이지 않고 견디면 굵고 곧은 나무로 자랄 거라고. 당신의 인생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내릴 거라고.

 

아주 작은 잎부터 거대한 나무까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모든 초록들은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의 기온은 영하지만, 곧 초록의 전령들이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릴 것입니다. 이 글이 종이에 찍히고 책으로 묶여 여러분의 손에 들릴 때쯤이면 초록이 땅을 열고 천지에 흐드러져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소망도 언 땅을 비집고 우리 앞에 당도해 있을 것을 믿습니다.

prologue의 다른 기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