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에 저항하는 자세

prologue 2024년 09월호 악의 평범성에 저항하는 자세 글 서진아

조금쯤, 아니 어쩌면 꽤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빛과소금」 9월호 주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악의 평범성’이 시사하는 역사적 무게와 철학적 논쟁으로 인해, 오랫동안 그것은 꽤나 난해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철학적 덮개를 벗겨 버리고 지금 시대의 언어로 풀이해 보면, ‘악의 평범성’은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은 괴물처럼 별스럽고 기이한 존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는 다소 평이하고 직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쉽게 풀어서 말한다 해도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단어가 주는 난해함이라기보다는 우리 역시 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로서 가지는 불편함과 불확실성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런 이유로, 생각 자체를 거세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그 ‘생각’이라는 것에서부터 ‘악의 평범성’을 벗어나는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며 아이히만이 희대의 범죄자가 된 이유는 순전한 무사유(無思惟) 때문이라 한 것처럼,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빛과소금」 9월호를 통해 사유의 시간을 가져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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