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의 끝판왕’, ‘퍼포먼스의 제왕’이라고 불리며 무대 위에서 특유의 끼를 발산하는 ‘울랄라세션’이 예배팀으로 변신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흥미로운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울랄라세션의 멤버 박승일과 울랄라크루의 최도원, 하준석이 함께 의기투합해 탄생시킨 ‘울랄라 프레이즈’를 통해서다. 무엇이 이들을 CCM 앨범으로 뭉치게 만들었을까? 그 이야기의 시작은 온통 춤과 노래가 전부였던 청소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경진 기자·사진 | 한치문 기자
춤밖에 모르던 아이들
춤 연습 공간이 많지 않던 몇 년 전만 해도 바닥이 맨질맨질한 지하철역에 춤추는 학생들이 모여 있곤 했는데, 이들도 그런 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아마 ‘날라리’라고 불렸을 것이다. 춤추는 애들은 노는 애들이라는 편견이 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나 단순히 공부가 싫어서 노는 거라고 하기에 이들의 열정과 노력은 말도 안 되게 대단했다.
최도원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춤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두 번의 오디션 낙방 끝에 가수 ‘유승준’의 댄스팀에 들어가게 됐다. 어린 나이에 혼자 자취하면서 빵으로 저녁을 때우곤 했지만, 무대가 좋아서 뭐든 견딜 수 있었다. 하준석 군은 초등학교 시절, 소풍 때면 ‘HOT’,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추며 인기를 좀 끌었다. 그러다 비보이라는 새로운 춤을 알게 된 후, 비보이 팀의 연습실을 수소문 해 직접 연락하고 찾아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중학생도 안 된 아이에게 어디서 그런 깡이 나왔을까. 마지막으로, ‘울랄라 프레이즈’의 리더인 박승일 군은 스스로 ‘망나니’ 같은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일진’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바꿔놓은 건 고1 때 학교 축제 무대였다. 재미삼아 참가하려고 나간 가요제에서 노래 실력을 인정받고 참가자가 아닌 대표로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목표를 위해 마음을 잡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데 빠져서 멋 내려고 하지 말고, 이제 노래와 춤으로 인정받아서 진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최고의 리더, 윤택이 형을 만나다
그런 열정의 사나이들을 한 팀으로 뭉치게 만든 사람은 바로 ‘故 임윤택’이었다. 때로는 댄스팀을 잘 다독이며 이끌어 가다가도 나태해질 즈음에는 팀을 해체해 모두에게 무대와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뼛속깊이 느끼게 해주었던 그였다. 그는 먼저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직도 울랄라크루 모든 멤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정신적 지주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농담하고 웃던 모습, 투병 중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팀과 멤버들에게 새로운 의욕과 열정을 갖게 해 주었던 일. 긍정적인 마음과 소망을 갖는 것이 시련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그 덕분에 멤버들은 슬픔과 방황속에서도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그동안 겪으며 느낀 것들을 한 장의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 낼 수 있었다. 사실, 울랄라의 이름으로 찬양앨범을 만드는 것은 리더인 박승일의 오랜 희망사항이었다. 그런데 그 마음을 알았는지 故 임윤택은 하늘나라로 가기 전 찬양앨범에 대한 당부를 하고 떠났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울랄라 프레이즈 앨범에서 한 곡은 그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8번 트랙의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라는 찬송가는 故 임윤택이 하늘나라로 떠나기 직전,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불러달라고 부탁했던 바로 그 곡이다.
하나님이 알게 하신 감정으로
“만약 저희에게 윤택이 형을 떠나보내는 힘든 일이 없었다면, 찬양앨범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단순히 우리들의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밖에 안 됐을 거예요. 하나님은 그런 일들을 통해서 저희가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하셨고, 하나님이 주시는 여러 감정들을 가지고 찬양하게 해 주셨어요.” 이 고백처럼 아픔을 겪는 동안 하나님을 알아갔던 기억, 하나님께 나아가 눈물로 기도하던 경험, 고난 가운데서도 웃으며 지냈던 지난 추억들이 그들에게는 모두 찬양의 소재가 되었다.그래서 8번 트랙을 제외한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한 이번 앨범에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놓치기 쉬운 것들에 대한,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득가득 담았다.
“추억도, 바람도, 누군가의 사랑도 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엄청 소중한 것들이잖아요. 하나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생활 속에서 하나님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노래에 담아서 표현하고 싶어요. 때로는 하나님이 친구나 애인, 보호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님도 춤을 추고 기뻐하신다고 하면서요.”
성산동 100% 가내수공업 앨범
울랄라 프레이즈의 앨범 작업은 2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됐다. 울랄라세션이 CCM을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었겠지만, 단순히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녹음실을 대여해 시간과 비용에 쫓기고, 엔지니어들의 눈치를 보며 후다닥 작업하는 대신, 한 곡 한 곡에 영혼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에 가지고 있던 통장 잔고를 모두 털어 음악 장비도 직접 샀다. 그리고 그들의 숙소인 성산동 집에 녹음실 부스 대신 이불 세 겹을 겹쳐 만든 간이 부스를 세우고 그 안에서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야 100% 가내수공업 앨범. 가정집에서 작업하다보니 전력이 부족해 전기가 나가는 건 부지기수고, 밤새 작업한 곡이 잘못 녹음되는가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소울이 담기지 않아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부르고, 저녁에 녹음했던 곡이 아침에 들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녹음하고….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으면서 ‘이 곡을 하지 말라는 뜻인가?’ 하는 시험도 무진장 많았다고.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끝까지 인내하게 하는 법을 가르치신 시간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앨범을 들려주면 하나같이 엄청난 정성과 돈을 들였다며 칭찬한다는 점이다. 많은 CCM 앨범들이 가스펠의 본고장인 미국 내쉬빌에서 녹음을 하는 게 대세인 시대에 성산동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앨범이 모든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는 퀄리티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할렐루야!
찬양도 울랄라답게
이번 앨범에서는 ‘울라라크루’ 하면 떠오르는 퍼포먼스의 끝판왕으로서의 모습은 물론이고, 잔잔하고 깊이있는 그들만의 고백을 담은 반전의 모습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무도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홀로 춤을 추고 노래하며 외롭게 걸어왔던 길이 바로 이때를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일까? 울랄라 프레이즈의 무대는 울랄라세션의 무대보다 훨씬 더한 자유로움과 열정이 느껴진다. “사회 자체도 너무 어수선하고 믿음을 잃기 쉬운 시대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저희 앨범을 통해서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경건하게 하나님을 묵상하면서 찬양을 올려드리고,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 안에서 자유롭게 외치고 찬양하면서요. 그렇게 저희가 경험하고 알아갔던 하나님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그게 하나님께서 울랄라 프레이즈를 통해서 세상에 전하고자 하시는 메시지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