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원 이야기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중고등부 회장이었어요. 교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희 교회는 학생들이 수련회의 많은 부분을 직접 준비했죠. 찬양 인도, 레크레이션, 미니올림픽 같은 것들이요. 그 해에는 3박 4일 수련회를 준비해서 잘 진행 중이었어요. 성경 말씀을 배우고 하나님께 집중해서 경배와 찬양을 드렸죠. 그런데 마지막 날 저녁 집회 때 사건이 터졌어요. 다함께 찬양을 하는데 갑자기 남자 친구 둘이 일어나더니 춤을 추는 거예요. 그 춤이 문제였어요. 리듬에 맞춰서 아주 선정적인 춤을 추고 만 거예요. 찬양인데 말이에요. 

　전도사님과 선생님들이 화가 많이 나셨어요. 제가 생각해도 화가 날 법한 상황이긴 했죠. 그때, 부장 집사님께서 학생 임원들을 소집하셨어요. “다른 학생들이 모두 잠든 후에 예배당으로 모여라.” 저는 생각했어요. ‘아! 엄청 혼나겠구나.’ 문제의 두 친구도 마침 임원이었으니 모두 호되게 혼날 것을 걱정하고 있었죠. 

　​집사님께서 오셨어요. 그런데 다 같이 무릎을 꿇자고 하시더니 갑자기 축복기도를 시작하셨어요. 그곳에 있던 친구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시면서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집사님의 마음이 제 마음에 크게 다가왔어요. 저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머리로만 알던 하나님의 사랑을 마음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거든요. ‘우리가 연약할 때에, 죄인 되었을 때에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확증하셨다’는 말씀이 마음에 ‘쿵’ 박혔어요. 그때 저는 기도했어요. “하나님! 복음이 없는 땅으로 가는 선교사가 되기 원합니다. 공산권에 가서 선교사가 되겠습니다.” 이게 서원기도를 했던 저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입니다.

서원이 이뤄지는 방법

지금 저는 한 교회에서 교육부서를 섬기는 목회자이고 sena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함께하고 있어요. 공산권에 가서 선교사가 되겠다던 기도와 현재의 모습은 꽤 거리가 있죠? 사실, 서원기도 후에도 저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바라보며 기도를 많이 했어요. 특별히 하나님과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슬림들을 마음에 품었죠. 그래서 당시에 소련(Soviet Union)에 속했던 중앙아시아의 공산권 국가들 중 ‘아제르바이잔’이란 나라에 가서 선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결혼 후 첫째 아들이 10개월 되었을 때는 단기선교사로 그 나라에 다녀오기도 했죠. 그렇게 선교사의 길을 준비하던 중,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는 현재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이곳에서 저에게 꿈을 통해 다음세대와 그들의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애통한 마음을 알려주셨어요. 그 부르심이 너무 강력해서 저는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에 열심히 헌신했죠. 그래도 여전히 중간중간 선교지로 가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었어요.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죠. 시간이 흐른 지금은, 맡기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음세대 친구들에게 선교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 있어요. 

　​‘주님이 가라고 하시는 곳에 순종하며 가는 것’은 모든 크리스천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당장 실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모든 크리스천에게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동시에 사명이 주어지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그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아가야 하고, 그것이 가장 큰 기쁨임을 기억해야 하고요. 

순종의 마음만 있다면

친구의 고민인 ‘서원’에 대한 정보를 모아볼까요? 민수기 30장 2절을 보면, 서원은 꼭 지켜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예외 규정도 있죠. 어릴 때 서원을 한 경우 부모님이 듣고 확정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린 마음에 감정에 따라 선택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요. 아마도 친구의 경우가 이 예외 조항에 해당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나요? 

　​그런데 두 가지를 꼭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첫 번째, 친구가 하나님께 고백한 내용을 마음에 꼭 간직하길 바라요.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 하나님 앞에서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마음에 순종하는 크리스천이 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 하나님은 완벽주의를 요구하시는 분이 아니라 인격적인 분이세요. 상황과 형편에 맞춰 친구를 인도하시고, 순종하는 친구를 온전한 자로 성장하도록 도우시는 분이죠. 하나님의 부르심과 선교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아름답게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친구가 되길 기도합니다.

글│노희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