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강사’이시면 역시 발레를 전공하셨겠죠? 강사님은 어떻게 발레를 배우게 되셨나요?

발레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예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춤추는 걸 좋아해서 취미로 춤 학원을 다녔는데, 그때 댄스스포츠도 배우고 발레도 배웠죠.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쭉 춤을 배우던 도중 저희 가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제가 중학생이었어요. 미래를 생각하며 진지하게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였던 거죠. 그래서 이사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춤을 그만두고 학업에 매진하려고 했는데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 적성이나 흥미는 춤 쪽이 더 맞겠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 그래서 중3 때, 남들보다 훨씬 늦기는 했지만 맘먹고 예고 입시를 준비하게 됐어요. 입학시험 3~4개월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으니 사실 말도 안 되는 도전이었죠. 

3~4개월이면 정말 짧은 기간인데요. 발레에 특별히 소질이 있으셨나 봐요.

그저 은혜인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가능했나 싶어요. 사실 제가 마지막으로 다닌 춤 학원이 댄스스포츠 학원이었거든요. 발레보다는 댄스스포츠가 더 취향이기도 해서 진로를 결정한다면 그쪽 장르를 선택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고에 입학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댄스스포츠과는 없더라고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이렇게 모두 순수 무용 쪽으로만 학과가 개설돼 있었어요. 그래서 살짝 실망하기도 하고 난감해 하고 있는데, 입시 담당자 분이 저보고 발을 내밀어서 포인(발등을 쭉 펴서 앞으로 구부리듯이 길게 뻗는 동작(Pointe)) 동작을 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시키시는 대로 했더니, 발레하기에 발 모양이 좋다고 하시면서 발레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취미였지만 배워본 적도 있고, 선생님도 좋은 피드백을 주시고, 저도 춤 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참이어서 그럼 뒤늦게나마 발레를 본격적으로 배워 봐야겠다 싶었죠. 그렇게 짧고 굵게 준비해서 결국 예고에 입학했고, 대학교까지 발레를 쭉 전공했어요.

보통 발레를 전공하면 발레리나 같은 무용수 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발레 강사를 하게 되셨나요?

사실 발레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직업이 강사예요. 발레단에 뽑히는 인원은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발레단 입단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친구들 외에는 발레나 필라테스, 요가 등 강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신체를 잘 이해하고 있고 몸을 다루거나 움직이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보니 가르치기에도 적합하죠. 실제로 많은 전공자들이 학생 때부터 발레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해요. 저도 스승님의 추천으로 한 학원에서 처음 강사로서 발레 수업을 진행했어요. 처음 한두 번은 추천으로 나가게 됐는데 그 이후부터는 감사하게도 저를 좋게 보신 학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하다 보니 가르치는 게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발레 수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배우나요?

발레 수업은 우선 연령별로 나뉘어요. 유아반은 구성원이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재미나 흥미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편인데요. 우선 수업이 즐거워야 아이들이 집중해서 자발적으로 활동을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재미만 추구하는 건 아니고, 유연성을 기르거나 건강한 신체 활동을 하는 것에도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죠. 청소년반은 다이어트나 체형 교정을 할 수 있는 취미반도 있지만 입시반도 있어요. 아무래도 진로 결정에 중요한 시기라서 좀 더 진지한 목적으로 학원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많죠. 그리고 성인반은 대부분이 다이어트나 체형 교정, 운동을 위해 오세요. 발레가 보기에는 편안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은 몸 전체를 단련해서 속 근육까지 다 써야 하는 운동이거든요.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간단한 동작에도 다양한 전신 근육들이 쓰여요. 그래서 여러 발레 동작을 활용해 운동하면 코어를 강화하면서 몸 전체를 균형 있게 발달시킬 수 있어요. 성인반은 입문반부터 고급반까지 레벨에 따라 수업이 나누어지는데요. 오래 다니신 분들은 취미 발레단에 입단해서 활동하시기도 하세요.

수업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물론 수업을 잘 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그건 너무 당연한 거고요. 그 외에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하나님의 마음을 갖는 거예요. 제가 요즘은 유아반, 성인반을 각각 맡고 있는데 수업들이 쉽지만은 않아요. 특히 어린 아이들은 통제가 잘 안 되기도 하고 소통이 어려우니까 너무 말을 안 듣거나 할 때는 가끔 저도 모르게 욱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하나님은 쉽게 화내거나 분을 내시는 분이 아니니까, 그 마음을 구하면서 아이들을 품고 사랑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기도를 많이 해요. 성인반의 경우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잘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고,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웃으면서 친절하고 밝고 성실하게 회원 분들을 대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감사하죠.

이 직업을 통한 비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사실 거창한 꿈이나 목표는 없어요. 하나님이 주신 그날그날의 일과와 미션을 해 나가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렇게 하루하루 작은 것에 순종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하나님이 맡기신 여러 가지 것들을 감당하고 있더라고요. 선물로 주신 이 재능을 통해 교회에서 워십 팀을 꾸리게 되기도 하고, 선교지에서 필요한 무대를 창작하게 되기도 하고, 한 대안학교의 친구들에게 특별 활동으로 춤 수업을 열게 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사역들을 맡게 되었어요. 저는 뭘 하게 해 달라고 한 적이 없고, 그저 하나님께 순종하고 싶다고 기도했을 뿐인데 제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저를 쓰시더라고요. 사실 무대 위에 선다는 것은 교만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춤추는 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드러나잖아요. 제가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전에 무용가로서 무대에 섰다면 교만이 뭔지도 몰랐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것을 많이 훈련 받고, 하나님이 허락하실 때 무대에 서고 하다 보니, 제가 높아지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도 겸손하게 많은 사람들을 춤으로 세워 주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강사이자 댄서가 되고 싶습니다.    

취재│이시온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