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나이 25살’을 부르며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던 송지은. 사랑스런 모습으로 ‘소녀 티 벗은 여자’가 되었다고 외치던 그녀는 지금 ‘세상 티 벗은 그리스도인’이 되어 있다. 가수 데뷔 전 막내이모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갔다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은 후, 연예계에서 하나님의 향기를 전하겠다고 단단히 각오했지만, 어느새 세상 속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무너지고 무너지는 자신의 각오가 아닌 하나님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긴 그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유하다.
취재│한경진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
최근에 지은 씨가 기독교 방송에 고정 출연하시는 걸 봤어요. 대체로 아이돌 가수들은 종교적인 활동을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라 특이하고도 반갑더라고요.
지금은 걸그룹 활동을 하지 않아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예요. 그동안 ‘시크릿’이라는 이름으로 8년 정도 활동하다가 회사와의 분쟁 때문에 2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고요. 이제는 솔로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이 불러주시는 찬양이나 봉사의 자리에 서고 있어요.
연예인으로서 종교적인 활동을 하는 게 부담되지는 않으세요?
사실, 처음 연예계에 데뷔할 때만 해도 이제 막 하나님을 경험해서 믿음이 충만했어요. ‘아버지 자녀가 이 악한 곳, 위험한 곳에 갑니다. 하나님의 향기를 품고 좋은 영향력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기도하면서 시작했죠. 그런데 데뷔하자마자 그냥 세상에 빨려 들어가버렸어요. 아직 가치관이 다 형성되지 않은 고등학생 때인데 어른들로부터 늘 ‘남의 것을 뺐더라도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죠. 그러면서 세상에 내가 크리스천이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고, 신앙인이라고 하면 약간 광신도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신앙을 밝히고 간증이나 신앙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막말로 ‘루저’라고 생각했죠. 너무 힘드니까 신앙으로 현실 도피를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하나님이 그 마음을 깨뜨려주시더라고요. 연예계에서 여러 일을 겪으면서 하나님은 “지은아, 네가 약자다. 인간은 하나님 없이 절대 강해질 수 없고, 하나님 품 안에 있지 않으면 절대로 평안할 수 없어”라는 걸 알려주셨죠. 결국 저 스스로도 “하나님, 저 정말 약자예요. 세상 누구보다 제일 약한 사람이에요”라고 인정하게 되었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지네요.
가수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정말 모든 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어요. 연예인으로서 끼가 없었던 제가 우연한 기회에 고2 때 ost로 가수 데뷔를 했고, 연습생으로 있던 회사에서 나오게 되던 날 갑자기 연락 온 지인 작곡가의 소개로 2개월 만에 걸그룹 시크릿에 합류하게 됐고, 시크릿도 데뷔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인기를 얻었고요. 모든 게 잘 풀리다 보니 하나님이 저를 예뻐하시는구나, 하나님 믿으면 이렇게 잘되는구나 하는 1차원적인 신앙에 갇히게 됐죠. 그런데 갑자기 솔로가수로 데뷔하고 나서 28살부터 30살까지 회사와 분쟁을 하게 되었어요.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을 선택했는데,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던 싸움이 2년 동안 계속된 거예요. 나름대로는 28-30살을 제 연예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설정했었고, 이때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하나님은 제 계획과 욕심대로 할 수 없게 하시더라고요. 당시에 제 옆에는 회사도, 일도, 사람도 없이 저 혼자여서 붙잡을 건 하나님뿐이었어요. 아무것도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말씀 읽고 예배하고 하나님만 생각하던 시간이었죠. 돌아보면 마음은 정말 힘들었지만, 제 안에 1차원적인 신앙을 바꿔주시는 훈련의 시간이었어요.
그 2년의 시간 동안 하나님은 어떤 면들을 회복시켜 주셨나요?
가수 활동을 하면서 하나님과 세상에 발을 반반씩 담그고 있었어요. 제 안에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선한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서 잘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끝까지 내려놓지 못했던 게 두 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남들 앞에서 뭘 하든지 완벽해 보이고 싶은 ‘자존심’, 그리고 하나님이 아닌 대중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인기에 대한 욕심’이었죠. 그런데 2년의 시간 동안 사람에게 시달리다 보니 약간의 대인공포증이 생겨서 자존심도 인기에 대한 욕심도 온데간데없이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워지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교회에서 특송을 부탁받았는데,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너무 두려운 거예요. “가수가 왜 저래? 저것밖에 못해?”라면서 나에 대한 평가가 낮아질까 두려웠던 거죠. 그런데도 왜 그랬는지 제가 덜컥 수락을 해버린 거 있죠. 그때부터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하나님, 실수 안 하게 해주시고 하나님이 제 목소리를 주관하셔서 정말 은혜로운 찬양이 되게 해주세요”라고요. 순수한 기도 같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에 연연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찬양을 준비하는 동안 기도가 바뀌었어요. “제가 여기서 얼굴이 시뻘겋든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려서 사람들이 ‘쟤 왜 저래?’라 하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르겠습니다. 제 마음을 기쁘게 받아주세요”라고요. 그렇게 찬양을 하러 올라간 순간 무대공포증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1절을 부르고 나서는 마음에 큰 평안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때 알게 됐어요. ‘하나님은 나를 이렇게 훈련시키고 계신 거구나. 내가 잘 보여야 할 대상은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 한 분뿐이구나’라는 걸요.
어떻게 보면, 예전에 지은 씨가 루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되어 있는 거네요?
그걸 인정하기가 굉장히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죠. 이제 제 매니저는 하나님이세요. 그러니 사람을 통해 일이 연결되더라도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일이라 생각하고, 방송이든 간증이나 찬양이든 맡겨주신 일을 성실히 감당하려고 해요. 제가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는지, 내가 돋보이기 위해 하는지 하나님은 다 아시니까 남들 시선 때문에 거절하지 않고, 누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잘 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기독교 방송의 보조 MC도, 이 인터뷰도 하는 거고요.
앞으로 수많은 일이 들어올 텐데, 잘 분별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하나님께서 “지은아 이거 해, 이건 안 돼”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성령이 제 안에서 함께하시니까 기도할 때 주시는 감동이 있어요. 그 마음으로 잘 분별하려고 해요.
앞으로도 계속 연예계에서 활약하실 텐데요. 한번 연예계에서 신앙이 무너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 그 속으로 들어가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두려움이 완전히 극복됐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지금도 마음 한편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기도하고 있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있어요. 앞으로는 어떤 일이 닥쳐도 하나님을 놓을 것 같지는 않아요. 더 이상 내 스스로 길을 찾지 않고 하나님께 꼭 붙어서 무슨 일이든 극복하고 싶어요. 그분에게서 떨어지기 싫고, 그분이 싫어하시는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귀한 고백이네요. 마지막으로 지은 씨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 앞에서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궁금해요.
하나님 앞에서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이미 말씀을 읽었고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사람이라 연약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라면서 합리화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하나님은 다 아시잖아요. 알고도 그랬는지 실수였는지를요. 연약한 인간이라는 것이 저에게 핑계거리나 무기가 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중들 앞에서는,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동안 제 삶의 주인은 하나님도, 저도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었어요. 옷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너 그거 예뻐 보인다”라고 하면 맘에 들지 않는데도 사곤 했죠. 그런데, 남들 보기에 좋은 것을 선택할수록 내 마음은 기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그 시선에 얽매여서 불안해졌죠. 이제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즉 하나님께서 내 안에서 옳다고 하시는 대로 선택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