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5

임현호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 오늘 우리는 여호수아 15장 20절부터 63절 말씀을 통해 풍성한 기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순종을 보였던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묵상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모든 은혜와 축복을 기억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온전한 순종을 드리지 못했던 연약함을 고백합니다. "예루살렘 주민 여부스 족속을 유다 자손이 쫓아내지 못하였으므로 여부스 족속이 오늘까지 유다 자손과 함께 예루살렘에 거주하니라." (여호수아 15:63) 주님, 우리에게 허락하신 풍성한 은혜를 잊지 않고,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불완전한 순종으로 인해 놓치는 복이 없도록 깨어 기도하며, 주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우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02:11

유홍열

아유… 지명만 잔뜩이다. 이걸 어떻게 묵상하라는 말인가. 마치 창세기에서 누가 누구를 낳고, 낳고, 낳고… 읽다가 혀가 꼬이고 입이 버벅대는 그 느낌처럼 괜히 머리가 띵해진다. 성경의 모든 말씀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이라 했지만, 이 지명들은 발음하다 보면 마치 이빨 빠진 노인처럼 주절주절 중얼거리게 된다. 그냥 유다 지파에게 이 모든 땅을 주셨다’ 한 줄이면 될 텐데… 그러나 하나님은 늘 그러하시듯 대충 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이렇게 기록하지 않으면 사람은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지명마다, 산하마다, 동서남북 어디 하나 하나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오늘 이 말씀은 묻는다. 유다는 왜 이렇게 많은 땅을 받았을까? 그러면서 또 묻는다. 그렇게 많은 기업을 받고도 왜 여부스 족속은 쫓아내지 못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질문은 곧 내 인생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만큼 세월을 살면서 매일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이 분명 축복해 주신 삶이 있는데도 돌아보면 내 안에 ‘여부스’ 같은 모습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민다. 그래서 삶이란 늘 도려내고, 깎아내고, 다듬어 가는 성화의 과정이 아닐까. 얼마 전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나다가 두더지(두꺼비) 게임기를 보았다. 구멍 위에는 이런 글씨들이 적혀 있었다. 습관 부정적인 생각 두려움 타협 욕심 나쁜 놈 심지어 이름까지 써 있었다. 아이들이 적어 놓은 글씨였지만 묘하게 마음이 찔린다. 망치로 내려치면 툭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그 두더지처럼 우리 삶에도 이런 것들이 반복해서 튀어나오지 않는가. 끊어내지 못하는 생각들, 돈 때문에 상한 마음, 미움과 상처,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속은 차가운 마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특히 영적인 게으름 앞에서 늘 스스로를 걱정하게 된다. 사람을 믿고 차용증도 없이 돈을 빌려주었다가 “그건 빚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소송까지 가야 했던 일도 떠오른다. 이 정도쯤 없어도 살 수 있지만, 공의로 해결해 달라고 하면서도 그를 향해 사랑으로 대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 못내 아쉽다. 이런 해결되지 못한 일들, 이런 마음의 찌꺼기들… 다 여부스와 같다. 세상 일에는 타협도 곧잘 하면서 정작 주일이 되면 왜 그렇게 까다로워지며 왜? 왜?를 연발하는지. 열정은 사라지고 ‘내 편한 대로’ 신앙생활하는 모습들, 다 여부스와 얽혀 있다.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닌 듯 보여도 이 작은 것들이 신앙의 성장을 가로막고 이미 받은 하나님의 축복마저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정복했다고 말하면서도 온전한 평안을 누리지 못했던 것처럼 나 역시 내 안의 여부스 때문에 참된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하나님은 유다에게 많은 땅을 맡기셨다. 감당할 자리라 보셨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우리 공동체의 모습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어느 교회의 권사님이 혼자 열네 가지 사역을 하고 있다는 간증을 들은 적이 있다. 놀랍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하나님은 코리안 타임으로 일하지 않으시고 약속의 시간표 속에서 일하신다. 유다 지파를 길게 기록하신 이유도 이 땅에서 계속 하나님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내가 받은 풍성한 기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만, 내가 관리하지 못해 오히려 침범당한 영역들? 건강, 물질, 재능, 마음? 이제는 남아 있는 여부스를 몰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와 참된 평안이 개인의 삶과 공동체 가운데 다시 회복되기를, 남은 여부스까지 정리된 온전한 기업의 삶을 살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