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저녁>은 하루를 마감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는 사람은 하루의 마침 역시 기도로 마칠 수 있다. 아침에 드리는 기도는 시작을 위한 기도라면 저녁의 기도는 감사의 기도일 것이다.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식사하고 기도하고 잠을 자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복이다. 일상의 일처럼 감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퇴근하면 아내에게 묻는 말이 있다. “별일 없었지요?” 아내의 대답도 재미있다. “네 별일 없었어요.” 

1년 365일을 돌아보기 위해 만들어진 <감사의 저녁>은 마치 한 사람의 일기와 같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사람은 굳이 이 책의 편저인 하용조 목사님이기 보다 나 자신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날짜별로 되어 있는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하루를 마치는 저녁에 서재에서, 거실에서, 안방에서 잠시 1분의 여유만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읽고 묵상할 수 있는 분량이다.

12달을 기획하면서 그 달의 주제를 정하였다. 예를 들면 1월은 감사의 저녁, 3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쁨, 5월은 가정은 모든 복의 근원, 10월은 참된 순종을 실천하는 삶, 12월은 또 다른 저녁을 준비하며 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감정을 가진 존재이다. 봄의 소생 속에서는 활기찬 생기를 느끼고, 여름의 뜨거움 속에서는 꿈틀거리는 힘을 느낀다. 가을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을 하게 되고, 겨울에는 죽음과 같은 시절을 통한 자신의 마지막을 돌아보게 만든다.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하용조 목사님의 아버님에 대한 추억이다. 서울로 가시기 전에 교회에 들러서 오늘의 할 일을 기도로 준비하며, 서울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교회에 가서 한 일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린 모습이다. 시작을 기도로 하며, 마침 역시 기도로 하는 하용조 목사님의 아버님의 아름다운 기도의 모습은 그 어떤 설교보다, 예화보다, 더욱 감동적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속도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굳이 교회라는 장소에서 기도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되지만 정말 기도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면 장소의 소중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묵상의 글 다음에는 그 날의 말씀이 뒤따른다. 짧은 성경구절이지만 마치 영혼의 방패처럼 마음에 쉼과 힘을 공급하여 준다. 깊이 묵상하면 마무리의 QT가 되는 말씀들이요,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의 글이 된다. 요즘처럼 맛있는 음식, 풍성한 음식을 먹었던 시대가 있었나 싶다. 재미있게 보는 개그콘서트에서도 헬스 걸들이 나와서 자신의 살을 빼는 것을 자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말씀을 많이 먹어서, 들어서, 묵상해서 영혼의 살은 쪘지만 실천과 삶이 부족하여 영적 비만에 빠져서 뒤뚱거리며 살아가지는 않는지 생각을 한다. 

신앙의 척도는 감사의 척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무엇을 감사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신앙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하박국처럼 없을지라도의 감사를 할 수 있는 신앙의 넉넉함은 언제나 이룰 수 있을까? 다니엘의 세친구처럼 아닐지라도의 감사를 할 수 있는 믿음의 여유와 배짱은 언제나 이룰 수 있을까? 

하나님, 오늘 하루의 일과를 지켜 주심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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